오늘은 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
아침 일찍 서류도 챙기고 여기저기 방문하여 자문도 구하고
은행일도 마치고 밭작업을 위해 길을 나섰다.
밭에 도착하니 형님은 경로당엘 가셨는지
문이 굳게 잠겨 있다.
형님이랑 같이 먹을 요깃거리로 쑥가래떡과
피망, 들깻잎전 복분자 액을 을 많이 싸 왔는데..
시간은 벌써 12시가 넘었다.
할 수 없이 현관앞 계단에 앉아 가래떡과 전을 먹었다.
복분자액은 액기스를 물통에 덜고
물은 형님댁 정수기에서 시원한 냉수를 담아 먹을 요량으로
가뿐하게 가져 왔는데 음료를 마실 수 없어 아쉽단 생각을 하던중..
길건너 오라버니 콩밭을 무단 침입하는 한무리의 여인들이 눈에 띈다.
오잉 ? ~~ 그 말로만 듣던 남의 밭 채취단인가?
부지런히 달려 갔다.
여인들은 그새 쑥을 꺾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친정동네 알만한 분들이었다.
차양을 위해 단단히들 무장하고 서로 만난 터라
서로 얼굴을 드러내 보이며 신분 확인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근 3시간이나 쑥을 꺾었다.
아직 모종판에 남아 있는 콩, 녹두, 호박 상추등을
더 늦기전에 심으려 왔는데
예정한 밭작업은 시작도 못해 보고
엊그제 내린 비로 야들야들 쑥 자라난 쑥을
생각지도 않게 여러 아주머니들과 꺾게 되니
경쟁심도 발동 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개망촛대 까지 꺾다 보니
어느새 오후 3시가 훌쩍 지났다.
채취한 쑥과 개망초를 씻어 데쳐 말리려면
이 많은 양을 손질 하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수로의 물도 어느새 끊겨 밭에 정식 할때 물주기가 필수인데
이참 저참 오늘은 밭작업을 못하고 그냥 집에 돌아 왔다.
채취한 쑥 6.5킬로, 개망초는 그보다 더 많은 양이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개망초나물과
쑥떡을 만들 쑥을 어느때 보다 많이 채취해 돌아 오는 길
차안 가득 풋풋하고 향기로운 망초와 쑥내음을
즐기며 집으로 돌아 와 데치고 널고...
오늘도 바쁜 하루를 마무리 한다
이젠 정말 오라버니가 밭을 갈아 엎으실 모양이다
작년 수확했던 콩대와 콩깎지가 쌓여 있던 무덤에 불은 놓은신걸 보니..
이제 나도 아주머니들도 올해의 쑥채취는 이것으로 끝인가 보다.
일년에 딱 한번 콩작물을 심는 오라버니 밭엔 쑥 천지이다.
덕분에 난 이리저리 찾아 다니지 않고 근 35kg쯤 됨직한
양의 오염 되지 않은 쑥을 확보 했다.
엊그제 내린 비로 연하고 부드러운
쑥채취가 가능해 참 다행이다.
바람결따라 일렁이며 풍기는 쑥향기는
보약이 따로 없을 정도로 기운을 더 해 주는듯 하다.
쑥과 함께 채취한 개망초
저녁이 되어 집안에 들여 널어 말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