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방

나의 소울 푸드.. 장떡

부엌놀이 2017. 9. 3. 01:18





아주 오랫만에 수수를 불리고 찹쌀을 갈고

집된장과 부추를 썰어 넣고 장떡을 만들었다.

식재료 창고에 잔뜩 쌓인 곡물들을 정리 하다가  수수를 발견 해

수년전 만들어 먹던 장떡이 생각나 기억을 더듬어 만들었다.

글고 보니 엄마의 음식중 내 기억속에 가장 따뜻하고

나른함으로 남아 있는 음식은


여름 장마기쯤  아버지가 따 오시는

 야생 버섯을 잔뜩 넣고 감자, 호박 고추등을 넣고 양은솥 가득

한여름 구들에 불을 넣지 못해 마당 가운데 놓은 화덕에

끓여 내시던 여름  된장국이다.


그리고 기억 속에 자리한 엄마의 젊은  봄날

 메주를 털어내고 쪼개 쇠절구에 곱게 빻은 메주가루를 낼 즈음

밑반찬으로 만들어 주시던 동글 납작하던 장떡도

나의 기억 속에 꼭꼭 들어 앉아 있다.


의아한 것은 난 된장국을 별로 좋아 하지도 않고

된장을 이용한 음식도 별로 좋아한 기억이 없는데

가족들의 식탁에 올리시던 엄마의 정성껏 만들어 주시던

음식의 가짓수가 적지 않았는데


여름날의 버섯 된장찌개와 장떡을 먹던 날을 추억하는 일이 많다.

가만 생각해 보니 나의 소울 푸드가 되는 셈이다.


아들애랑 마주 앉아 밥을 먹다가

내가 만들어 주는 음식중 단연 손가락에 꼽을 만한 음식이 뭐냐 물으니

첫번째 꼽을 수 있는 반찬 오이지 무침,

닭 볶음탕,  닭 곰탕이라 한다,

전혀 의외의 답이 돌아 왔다,

뭣이라?? 그많은 일품 요리들을 제치고 오이지무침, 닭곰탕이라니??

예전엔 오이지 무침, 도가니 탕이었는데

도가니탕을 먹은지가 꽤 된것 같아 그자리를 닭고기가 차지 했단다.


그러면서 엄마의 푸근하고 깊은 맛을 내는 닭곰탕은

엄마의 품속에서 맡은 편안하고 행복한 체취가 느껴져

자신에겐 그것이 소울 푸드란다.

그리고 오이지 무침은 어디서도 맛볼수 없는

개운하고 독특한 밑반찬이라 제일로 꼽는단다.

소울푸드?? 이제껏 생각해 보지 못하던 문제이다,

남편에게 물으니 한겨울 3형제 각 개인별로 남비에 끓여 주시던

맛있던 어머니의 우동이란다.


소울푸드 요거 한번 관심을 갖고 탐구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오늘 만난 지인에게 당신의 소울 푸드는 무엇이냐 물으니

소울 푸드?? 글쎄 특별히...

.

.

.

아주 난감해 한다.

그니의 부모님은 대전 유성시장에서 40여년이 넘게

여름이면 냉차를 팔고, 겨울이면 호떡을 만들어 파시고

5남매중 3명을 서울대학교를 보내셨다는 범상치 않은 분들이셨다.

여유있게 음식을 만들어 둘러 앉아 먹을 시간이 많지 않았던 지라

특별히 기억에 없단다.


내 친구가 만들어 주던 와플 특별하지도 않던 반죽을 구워 내

말통들이 시럽을 조금 얹어 주던 그 와플이 내겐 최고의 와플로 기억 한다니

그제서야 장을 끝내고 돌아 오신 어머니가

추석이면 밤새 빚어 내 새벽녘에 쪄 내신 송편이라 말했다.


나는그니에게  괜스레 미안한 마음도 들고

그니 역시도 별 특별한 음식도 아닌 아주 단순한 음식을

소울푸드라 꼽는데 놀랐다.

나처럼 대개의 사람들이 그런가 보다  재미있는 결과다.




찹쌀 150g을 분쇄기에 곱게 간다, 

뜨거운물 70g으로 익반죽한다.

수수 200g 씻어 2시간 불려 약간의 물을 넣고 간다.

부침가루 50g과 된장 70g을  넣고 익반죽한 찹쌀과 반죽을 한다.

70g의 부추를 2cm 길이로 썰어  넣어 준다.

기름 두른 팬에 노릇하게 구워 낸다.







이번에는 반죽이 딱 부침반죽 정도의 묽기다.

장떡이라기 보다 부침으로 지져 냈다.

수수의 풍미가 느껴지면서 쫄기하고 고소한 식감에

된장 냄새도 솔솔 나쁘지 않다.

자그맣고 단정하게  부치면 아주 고급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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