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엉터리 주부로 인수인계를 하게 되다니...ㅉ

부엌놀이 2020. 6. 24. 22:13

퇴직후 집에서 딱 1년을 나와 함께 생활하던 남편은

집에서의 생활이 아주 편하고 행복하다했다.

그간 나와 산책하고 커피 내려 마시며 느긋하게 세끼 끼니별로 다른 음식을 챙겨 먹고

(이건 순전히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인강 수업을 듣게 된 아들의 영향이 컸다)

함께 시장 다니고, 산책을 했다

아마도 평소 같으면 어림도 없을 두사람이 함께한 시간들이었다.

직장생활 말년에 건진센터에 근무했던 관계로 타 부서보다 일찍 시작 되는 탓에

집에서 4시 50분이면 나서던 출퇴근 길에서 해방된 것이 가장 큰 이유였을것이다.

몇차례 재취업 기회가 있었지만  일산에서 부천, 일산에서 강남 츨퇴근을 다시 시작하려니

아마도 꿈만 같았을 것이고 집에 있으면 언제까지나 나와 계속 그리 생활을 할수 있을거라

생각하기도 했을것이다

아직 젊고 아이들을 독립 시키기엔 자금이 더 필요해 남보다 힘들게 일하지 않는

직종이라 2~3년쯤 더 직장 생활을 하면 좋겠건만...

이젠 넥타이 매고 자켓을 입고 출퇴근을 시작하려면 이제야 겨우 편안함을 누리고 살게 됐는데

그걸 포기하기가 싫었다고 생각된다.

딴은  아직 환갑 전인 나도 오늘 다르고 어제 다른데

남편이라고 아니 그럴까 애써 이해도된다.

제 의지대로 선택해 살수 있는 기간도 얼마 안되는데

부자로는 못살아도 당장 먹고 살 것이 아쉬운 상황은 아니라 강요할순 없었다.

남편은 직장 선배 동료, 친구 부인들이 퇴직한  남편에게 보통

소홀하게 대하며 본인들의 일정에 맞춰 시간들을 보내고 식탁을  소홀히 해 섭섭해 하고 무료해 한다며

상대적으로 내게 고맙고 오늘의 삶이 무척 행복하다고 자주 말을 했었다.

나도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13년 반이란 시간 동안 직장생활을 하고

퇴직후 주부로서 만족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받아들이기까지 3년 반이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던 터라 퇴직후 남편이 갑작스런 환경변화를 잘 적응해 나갈까 많이 염려를 했었다.

무탈하게 잘 지내주는 것만도 고마운데

병원 행정 전문가로서 능력을 인정 받아 퇴직후 재취업 가능성이 높았기에

그만큼 실망감도 컸다..  

그건 내 몫이고 여전히 남편은 산책하고, 책읽고, 음악 듣고 잘 지내고 있다.

 

퇴직후 남편은 생각보다 내가 많은 일을 하고 경제적인 부분에서 열일하고 있다는것 알게 됐다

조금은 미안한 마음인지  7월부턴 식사를 만드는 일도 자신이 하겠다한다.

기뻤느냐고?? 

그걸로 나는 남편이 재취업할 생각이 아주 없다는 걸 알게돼 씁쓸함이 더 컸다.

결혼후 남편이 손에 꼽을 정도로 만든 음식은 감자국, 김치찌개, 떡볶이, 라면 끓이기 그게 전부다

그중 스프를 조금 더 넣고 집 고추장에 갖은 부재료와 삶은 계란을 넣고 만드는 떡볶이가 유일한

장기 메뉴로 남고 감자국, 김칫국은 자취를 감췄다.

떡볶이 하나 만큼은 남편이 만든 떡볶이 보다 맛있는것 세상에 없다는 걸 나도 인정한다.

삼시세끼를 담당하는게 그리 쉬운줄 아시는 감??

택도 없는 소리!~ 하고 싶었지만

본인도 한두번 먹은 음식은 안 먹는 사람이 그렇게라도 집에서의 생활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로 보여

그러자 했다.

 

이젠 내가 실직하게 생겼다.

그나마 집안일엔 문외한으로 자신의 핸드폰, 지갑, 스마트기기들만 신경 쓰며 살던 남편을

잘 활용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나 남편을 내가 보살피고 챙기며 살수 있단 보장이 없으므로

결혼도 쉽지 않은 시대라 아들 애들이 언제 결혼을 할지 알수 없지만

손주가 태어나 도움을 요청하면 그도 거절할수 없는 아주 중차대한 일이라

그간 주부로 수고한 나에게 남편이 줄 수 있는 선물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계절은 하절기라 고춧가루, 건어물.  장아치류등도 모두 냉장보관을 해야해

가뜩이나 비좁은 냉장고 폭발 지경이고, 설탕류 섭취를 극히 제한하는 나는

때맞춰 수확한 오디, 보리수 상하지 않을 정도의 설탕 5%쯤만 더해 그것도 냉장 보관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냉장고 여닫는 일이 피곤해 아예 열기가 귀찮다.

거기다 푸성귀류들도 주 2회 수확 아무리 좋아하지만 먹고 나눔을 해도 잉여분이 쌓인다.

이제 6월이 채 1주일도 안남았다.

인수인계를 해야할 냉장고 깔끔하게 정리해 주고자 했는데 최악이다

난 매일 바삐 살았는데 왜 이 모양이지?? 어이 없다.

가만 생각해 보니 주 2회 밭 작업, 다음 날은 수확물 손질, 조리로 푸성귀 사러 다니는 일만 줄었지

적지 않은 일을 여전히 하며 살아가고 있다.

할수 없다 한 두달쯤 남편과 번갈아 조리하며 장보기를 절반으로 확 줄여 재고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수밖에

결혼후 딱 30년 주부를 전문직으로 생각하며 살았는데

이젠 남편이 선물해 준 시간으로 내가 하고 싶던 일을 하고 살아야지

며칠전 새로 인테리어를 하는 가게를 보게됐다.

무슨 가게를 준비중이냐 물으니 파스타 집이란다

밥집을 언제부터 하고 싶었는데 온 가족이 말리니 워낙 음식관련된 일을 즐기다 보니

일자리나 알아 볼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 내 인생의 전환기는 영 믈건너 가는 일이 될것이고 죽을때 까지 밥만 하다 죽을것 같은 생각이 든다

블친님 비비안나님의 포스팅을 보면 많은 자극이 된다.

나도 나를 위한 삶을 좀 살아보자

눈 딱 감고 남편의 제의를 받아들인 만큼 자리를 내주고 엄만 이때껏 우리들의 엄 역활을 한 수고로도

충분히 따따블로 감사하고

이젠 엄마가 원하는 삶을 좀 살아보세요 하던 큰 아들의 당부. . .

7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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