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들 땜에 한참을 웃었네요...솜 이불 이야기~

부엌놀이 2020. 12. 17. 23:19





딱 이틀전 아들로부터 단톡방 톡이왔다
아들은 혼자 연신 바쁘게 답톡도 전 톡을 보냈다
사연은 겨울용 솜 이불을 빨래방에 맡겨도 되느냔다
뭣이라??
목화 솜 이불을 빨래방에 맡긴다고??
아니되오!!!!~~~~

아들이 세탁하고 싶은 이불은
내 결혼 혼수 이불이다
나이는 올해 햇수로 31살이나 먹은 이불

아들은 사춘기 무렵부터 특이하게도 묵직한
겨울 이불을 찾았다
가벼운건 들떠서 싫다고
그래서 꺼내준 이불이 그 목화 솜 이불이다
중간에 커버는 한번 바꿨다
지난해 9월 분가를 하며
그 이불 그 이불도 가져 가야돼~ 해서 싸 보냈다
그러곤 겨울을 지나고 접어 뒀다 올 겨울 쓰려니
아무래도 그냥은 안되겠다 싶었던 모양이다

허걱!~
그걸 물 세탁을 한다고?
진즉 내가 체크를 해 줬어야하는데
몰 빨래는 왜 불가인지 알리고
원룸의 작은 공간에선 손질 법도 모르는 터에
방법이 없으니 집으로 가져오라 일렀다
코를 대 보니 엄마의 염려 처럼 비위생적인 정돈
아니니 상쾌 하다며 그냥 쓰면 안되느냐고 해서
꼭 손 봐야하고 부피가 크니 택배로 부치라했다
귀찮은지 그리 유난을 떨어야 하냐고
그냥 쓰겠단다
부피가 커서 가져오기 불편하니 택배로 부치라니
번거롭다며 왜 그렇게 까지 해야 하냐기에
넌 내 아들이니깐
그리고 겨우내 또 덮으며 호흡을 할텐데
비염이 있어 안좋다고 했다

어제 연차 남은 걸 코로나로 회사 자금 사정 안좋고
업무량도 많지 않으니 연내에 다 소진해야 한다며
집에 왔다
아들의 손엔 이불을 한가득 넘치게 엉성히 꾸려 넣은
마트 장바구니가 들려있었다
어찌 이렇게 담아 올 생각을 했는지 참 궁금했다

김영감님 짐 꾸리 듯 ...
중간엔 끈으로 떠 매 내용물이 접힌 모양새가
밖으로 켜켜이 다 노출돼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곤 웃음을 참을수 없었다
아니 이걸 들고 강남에서 대중교통으로 왔어?
했더니 집에 빨리 오려고 출근시 꾸려 지참하고 갔다가
퇴근시간 들고 나오는데
오랫만에 보는 직원이 회사서 주무셨나 보네요 ~해서
네 밤에 잤어요 하고 답을 해 주고 들고 왔단다 ㅋㅋ
거실에서 이불을 펼치니 유리 밀폐 용기 하나가 데구르르
굴러 나왔다
어떻게 이런 생각슬 했지? 또 웃음이 났다

나름 패셔니스타라 자부 하는 아들
이젠 완전 살림꾼 다됐다
이렇게 사는 녀석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해는 너무 짧고 기온은 차서
이걸 우짠댜? 바톤을 넘겨 받아 이젠 내 숙제다
집은 추운 아침에나 잠깐 햇살 드는 향인데..
솜을 햇빛 소독을 해서 팡팡 두드려 먼지를
털어야 하는데
계절상 너무 늦었다
싸 온 날 저녁 먹고 거죽은 벗겨 세탁해
거실에 널고 솜은 어찌 해결해야나 하다가
오늘 아침 코로나와 갑자기 추워진 기온 탓에
요즘은 하루 종일 인기척 없는 놀이터가 눈에 띈다
놀이터는 마침 햇볕도 잘 드는 시간이다

들고 나가 철제 구조물 위에 펴 널고 아파트 단지 한바퀴
돌고 뒤집어 널었다
팡팡 털어도 동과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놀이터에서는
아무에게도 불편 끼치지 않고 난제를 해결했다

커다란 2인용 이불 착착 접어
다시 장바구니에 넣어 주곤 휴대하기 편하도록 손잡이도
만들어 주고 어떻게 개봉할지 일러줬다
아들은 습기를 날려 가뿐해진 이불을 들고
제 집으로 향했다

요즘 이렇게 사는 사람이 우리 모자 말고
또 있을까? 싶다
내년 봄엔 솜을 쾌적 하게 다시 틀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