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회 운동 프로그램을 수업으로 문화센터를 다녀
평일엔 별도로 운동하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 이것 저것 잔손이 갈 일이 많은 날인데
내가 활동량이 너무 적다며 같이 호수공원엘 다녀오잔다
난 오전에 마쳐야할 일이 많고 주간에 운동량이 많으니
걱정을 말고 혼자 다녀오라 했다
남편 혼자 산책을 나갔다
점심 메뉴로 쫄면 무침 먹기로해 콩나물이 필요했다
남편 들어 오는 길에 콩나물 사다 달라 전화를 했다
벌써 한살림을 통과하고 집 근처 마트에서 우유를
사는중이라 했다
귀가한 남편의 손엔 우유만 들려 있었다
몸이 아프단다
또 어디가 아프냐 하니
벌렁 넘어져서 엉덩이가 깨진줄 알았단다
그래서 팔이며 다리며 온 몸이 아프단다
내 전화를 받을때 보도의 턱을 체크하지 못해
넘어졌다며 나 때문에 넘어졌단다
그 커다란 덩치에 넘어졌으니 충격이 적진 않을테다
다른때 같으면 그냥 넘겼을텐데
난 전화를 했을뿐인데 왜 넘어진 걸 내탓을 하느냐했다
그러고 보니 대화중에 회피 언어를 쓸때가 적지않다
그래서 그럼 왜 나한테 결혼하자고 했어 혼자 살지
그럼 내가 전화 할일도 없었을텐데 하다가
마주 웃고 말았다
남편은 뇌성마비 5급 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이다
걸음마를 할때부터 늘 조심하란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으며 살아 왔을것이다
결혼후 나도 남편에게 늘 조심해라는 말을 했다
나의 아이들이 말을 배울때 엄마 아빠 다음으로 배운
말이 아마도 조심해였을것이다
무심히 살다가 아이들이 얼마쯤 컸을때
나의 어린 아이들이 유독 다른집 아이들보다
엄마 조심해 라는 말을 일찍부터 자주 하던걸 깨닫고
혼자 숨 죽이며 터진 울음을 삼키던 기억이있다
남편에게 조심하란 말을 한만큼 내가 감당해야할
삶의 무게는 남편이 조심한 ㆍ생략하고 넘긴 만큼
고단함을 온전히 몸으로 때우며 살아내야만 했으니까
남편은 남들처럼 육체의 한계나 제약 없이 하고 싶은것이
또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면 참 마음이 짠한 인생이 아닐수 없다
정년 퇴직후에도 계속 마음을 접고 살아야할것들 투성이다
운전면허를 따고 맘대로 운전하고 국내 이곳 저곳
다니고 싶어 했다
장애인 운전 면허 수강을 위해 3개월을 넘게 기다렸다
가족들의 응원으로 수강을 시작하고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했다
연습할땐 잘 하던 실기 테스트때 긴장해
강직된 오른쪽 팔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일수 없어
불합격을 받은 날
그날 하필이면 조연 전문배우가 음주 상태가 아닌데도
교통사고를 내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라디스를 통해 접했다
남편도 시험 당일 인터넷 뉴스를 통해 접했단다
운전면허를 따고 싶은 나 한사람의 욕심으로
설사 운전면허를 딴다해도 안전 운행을 보장할수 없다는
생각에 시험장에서 응시 원서를 찢어 버리고 왔노라했다
무척 우울한 기분으로 들어와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었다
완전하게 하나의 꿈인 운전을 포기한 날이기도했다
넘어질때 바지가 찢어졌단다
아직 더 입을수 있는 바지니 꿰매달란다
편직의 따뜻한 기모바지는 수선하기 쉽지 않겠다
자칫 올이 풀려 버리기 시작하면 훼손 정도는 더
심각해져 꿰매기 쉽지 않다
바지 안쪽에 부드러운 테프사를 덧대어 꼼꼼히 바느질해
아쉬운대로 색상에 맞는 실을 찾아 자가 수선을 마쳤다
오늘부로 훈장을 하나 달게된 바지를 입고
남편은 절반쯤 남은 겨울을 따뜻하게 나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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