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늘은 설렁설렁 공치는 날이닷!~

부엌놀이 2020. 4. 7. 14:20

 

 

 

3일전 갑작스런 전화

때가 때인 만큼 아주 조심스런 말문이었지만

어떤 사유로 전활했는지 단박에 알수 있었다

아주 미안해 했다

집을 내놨다고...

4~6년쯤 살고 싶은 마음이 들던터라 당황스럽지만

어쩌랴...

이사한지 딱 10개월 밖에 안지났지만 내 집이 아닌걸

 

입주전 이틀에 걸쳐 구석구석 속 시원히 대청소 하고

왔지만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하는 일이 워낙 많은지라

1년에 한두번은 대청소. 정돈을 하고 살아야지 싶어

며칠전 부터 돌아가며 쑤석거리고 손품을 많이 팔았다

당장은 개방 안되고 이틀뒤 식사 시간은 피해 달라했다

 

그간은 이사 해야지~ 맘 먹고 준비한 연유로

이번처럼 타의에 의해 개방하긴 처음이라

마음이 더 바쁘고 심란하기 까지하다

아침부터 20년간 무탈하게 쓰던 슬라이서에 손톱이 나갔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손톱이 짧지 않아서 손끝이 피가

나지는 않을 정도인 보호막으로서의 역활을 톡톡히했다

 

 

냄비는 마늘을 볶다가 불 조절 타이밍을 놓쳐 태웠다

한숨 돌릴겸 양해를 얻어 약속 시간을 2시간 늦춰

정리를 마치고 4시 집을 선 뵈고 그길로 산보 나섰다

 

덕분에 집안은 훤해지고 새론 질서가 잡혔다

남편은 수고 하셨으니 며칠 푹 쉬란다

아닌게 아니라 소형 가구들 이리저리 옮기며 정돈하느라

몸을 쓴 탓에 어깨. 등짝 뻐근함이 느껴졌다

 

자고 나니 몸도 으슬 으슬 한기가 느껴진다

막내는 아침은 상관 없고 강의가 1시반에 진행되니

점심은 12시 30분경 먹으면 좋겠다하고 잠자리 들었다

오늘은 아침이고 뭐고 게으름 좀 피워야지 했는데

남편은 만나자마자 결혼 30주년 기념일이란다

아 참!~ 그렇치~

큰 아들애 주말에 와 가족 외식을 할테지만

그래도 이리 썰렁하게 보낼순 없어 내외만 앉아

말려 두었던 멍게 껍질 우려 육수 내

쇠고기 미역국 1봉 끓여 밥 한술씩 말아 먹었다

 

그러고 보니 달라도 너무나 다른 두사람이 자식 낳은

책임감으로 찌그덕 째그덕 버티며 산 30년

참 기적이 아닐수 없다

운명의 장난으로 만난 부부라는게 딱 맞는 말이다

이틀전 전화를 받으니 1304동 맞죠?

적잖이 대화를 나눈 사이지만 음성이 너무 쾌활하고

젊게 느껴져 잘못 건줄 알았다는 말에

아이구 아이구~~~ 젊은 시절로 돌아가기 싫어요

지금이 딱 좋아요 했을까?~

작년부터 남편은 내년에 유럽중 어디를 가고 싶냐고

심심하면 물었었다

작년 애들이랑 다녀왔으니 한해 쉬고 갔다오자 했더니

한해라도 다리 힘 좋을때 갔다오는게 좋다고

내년엔 내년대로 또 다른 지역을 다녀오자 했었다

남편은 이벤트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거기서도 나랑은 좀 취향이 달라 난 반댈세!~로

택일을 못해 딴 나라 얘기가 됐었다

그렇기에 망정이지

게다 짝짜꿍 맞춰 예약을 했으면

을메나 골치가 아픈 상황이 됐을까 싶어 다행이란

생각이다

 

암튼 삼십년을 찌그덕 째그덕 한 남자와 살고

정년 퇴직후 전세계적 가택 연금 상황까지 이르러

무탈하게 여전히 함께 살아내고 있는걸 보면

아주 웬수지간 끼리 만난건 아닌듯 싶다 ㅋㅋ

 

은은하고 귀한 밀랍초 향 느끼며 오늘의 걍 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