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당뇨 요주의(식전101) 진단 받곤
좋아하던 호박 당최 손이 안갔다
여름내 애호박은 끊일새 없이 따 먹었는데
미처 다 먹지 못한 호박은 둥그런 늙은 호박으로 남았다
호박죽 호박 푸레이도 잘도 만들어 알뜰이 먹었었는데
늙은호박은 나눔 하기도 쉽지않다
껍질까서 썰어나 주면 모를까?
그 한통을 갖다 뭘하게 ~ 하기 일쑤다
?? 참~~
미처 성숙되기전 냉기를 맞은 호박은 하나하나
차례로 스러져갈 기세다
아까워 호박씨라도 꺼내 먹으려 쪼개니 과육도 아깝다
전이라도 부칠까 싶어 믹서에 갈다가
에고!~ 다 늘어질텐데 채로 칠걸 잘못했나부다 싶다
부침가루. 계란 . 대파. 양파. 당근. 새우가루도 넣고
맛있는 전을 먹어야지 했다
웬걸~아니나 다를까 눅어서 당최 뒤집을수가 없다
부침가루. 계란 더 깨 넣고 ...
그래도 뒤집질 못하겠다
부침가루 계속 넣으면 칼로리만 높아질 테고
죽이 되던 말던 그저 익으면 먹겠지 싶다
먹어보니 맛은 참 기가 막히게 좋다
그런데 이 많은 양을 다 어쩌지?
남편과 나누어 먹고 그러던중
딱 80 중반이신 이모가 떠올랐다
이는 성성한데 잇몸이 잡아주질 못해
이가 옥수수 빠지듯 줄줄이 빠졌어
치과 선생님이 다 이 아까운 이를 다 어쩔꼬? 하시더라
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니
55세 떠나신 엄마 대신 외양이 꼭 닮은 이모
어버이날 ㆍ 추석 . 설. 봄맞이 무렵 뵈러 다녔다
작년 부턴 숭해 !~오지마!~ 하셨다
이모가 돌아가시면 난 이모라 부를 사람도 읎어~ 하니
그름 와~ 하셔서 갔더니 죽을뻔 했어~ 왜?
뇌졸중으로 쓰러졌었어~ 근데 왜 연락 안했어?
뭔 좋은 꼴 보일라구 내 새끼들 있는데 조카 딸한테 까지
왜 연락을 하냐~ 하셨었다
이참에 이모를 찾아뵈면 딱 좋겠다 싶다
씹고 말고 할것도 없는 햄버거스테이크 부지런히 굽고
전화하니 야~ 지금 전국적으로 비상인데 어딜 오냐?
내 새끼들도 발걸음 하지 말라했다신다
일산 성석동 다다르니 대문 빗장 버팅겨 있다
어떤 구조인가 살펴 보곤 요령껏 열고 들어가 이모~~
부르니 이모는 일어나 앉지도 않으신다
이모부가 조카가 왔는데 일어나 앉지도 않는다며
이젠 나이 좀 들었다구 건방을 떨어 ~ 민망해 하신다
냅두세요~ 일어날 만큼 기운이 모이면 일어나시겠쥬~
이모랑 오랫만에 않아 얘기도 나누고 봄기운에 상해
가기 시작하는 고구마 나눔도 해오구 냉이도 캐 왔다
용돈이라도 드릴라 치면 내 자식이 셋이나 되는데
왜 조카딸년이 내 용돈을 챙기냐며 번번히 얘기 하신다
참 희안하게도 목소리만은 쩡쩡해 다행이다
다음부턴 아예 이런거 들고 오지 말아라 하시면서도
여전히 잘 챙기신다 ㅋㅋ
이모의 얼굴에서 내 엄마 오래 사셨으면 이연세엔
이런 모습이겠구나 ~싶었던 모습
이젠 내 엄마의 모습은 간데 없고
외할머니의 돌아가시기 전의 분위기만 남았다
시댁 .친정 부모님 다 돌아 가시고
이젠 이모. 시누님이 얼마 자니지 않아 길 떠날 채비를
하실것이다
어느 누군들 이모에게 따뜻한 정 느끼지 못할까마는
남달리 살갑고 다정히 대해 주시던 이복 시누님
날마다 몸이 무거워 이제 그만 가버렸으면 좋겠어~
얘길 들을때면 참 마음이 아프다
만날때 마다 그냥 무조건 내 손을 꼭 쥐고
올케 고마워!~ 내 손을 마주 잡고 도닥 도닥!~
해주시던 형님
지금도 전화하면 아직은 추워 날 따뜻하고 나들이 하기
좋을 때나 와~ 하신다
흰상여 쓰는 밀레장 나가는 거 보고 쓰러져 혼절 하신
엄마 죽어 가는 것도 모르고 젖꼭지 빨고 있었댄다
언젠가 형님이 내게 들려준 형님의 유아기때 엄마와
가슴 아픈 이별을 하던 이야길 전해 들었다
평생 친모의 손길을 느끼고 살지 못한 시누님
생모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아쉬운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참 눈물 겹다
상견례때 처음 본 형님
언제나 품위 있으시고 내겐 김지미 보다 멋진? 형님이다
지금처럼 편안히 사시다가 가시는 날까지
그저 평안히 가셨으면 좋겠다
이모와 형님은 한두살 차이가 날것 같다
나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세상 단하나 뿐인 이모
형제 자매 하나둘 떠나 보내며 남은 조카들을 볼때
이모는 또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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