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농사이야기

내겐 너무 까칠한... 시금치 씨앗~

부엌놀이 2021. 6. 22. 00:44




농사 짓는 첫해에
이모님을 방문해 아버지 가꾸시던 밭 하나가
내게 차례가 와 밭농사를 시작하게 됐다는 말씀을드렸다
고될테지만 생각 잘했다며 격려해주셨다
나누어 주신 아욱 씨앗과 시금치 씨앗을 잘 심어 먹고
재작년 심는 것을 마지막으로 5~6년간 종자로 잘 썼다
아욱은 심어 먹고 그만 종자 관리를 잘 못해 바닥이 났다

재작년 시금치 씨앗을 받으려 기중 실한것 몇포기
남겨 둔 걸 어쩌다 밭에 들리는 언니가 내겐 묻지도 않고
못 먹게 생겼다고 싹 뽑아 제쳤다
그중 가장 낫게 보이는 것 한 포기 가져다 말려
다행 종자는 건졌다
작년에 뿌려 먹곤 남긴 한 그루 신신 당부해 종자를 불렸다
올핸 아예 시금치 종자 수집용으로 심었으니
시금치는 없는셈치라 손 대지말라 일렀거늘...
그중 실한 시금치 잎사귀를 쌈채 뜯듯 잘라 먹던 언니 ㅠ

1/4평 정도 면적에 심었던 시금치
유난히 잦은 비로 씨가 앉으며 종자 영글기만 기다리는데
한포기씩 차례로 스러져 넘어졌다
지난주 화욜도 비가 온다기에 다 성숙 하기엔 미진했지만
그마저 삭아 버릴까 쪽파와 함께 목질화 되가는 시금치를
걷어왔다
그후로 2차례나 비가 또 왔다
집에서 간수하긴 제법 커 수분 제거하고 건사하는데
적잖이 신경 쓰였다
오늘 얼마간 마른 시금치 씨앗을 정리 하려니
재래종 뿔시금치는 그야말로 내겐 너무 까칠한 당신이었다
씨앗 양끝에 뾰족히 돋은 가시가 무척 따갑고 박히기도한다
다행 홍화 보단 줄기에 가시가 없는 건 다행이다
꽃이 이쁘고 뼈에 좋다는 홍화도 몇해 키웠다
가시가 많아서 손질이 까다로워 그만 두손을 들었다

예전에 엄마가 시금치 종자를 채취할 땐 커다란 미군용
가죽 장갑을 끼고 훑어 따 내시던 생각이났다
그 장갑은 요즘의 가죽 장갑과는 확연히 달랐고
고무 장갑으로도 감당이 안될듯해
조리용 긴 사각 나무 젓가락을 이용해 한가지씩 잡고
씨앗을 훑어 냈다
씨앗을 가리고.부채질 해 불리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눈금 크기 별로 켜켜이 있는 소쿠릴 가지고도
이리 번거로운데 엄마 아버지는 그 많은 종자 관리와
심고 가꾸시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과 수고를 하셨을까?
절로 고개 숙여 지고 콧날 까지 다 먹먹해온다

씨앗을 고르는 걸 보더니 앞집 아주머니가
재래종 시금친가보네~
사서 심는 건 못 쓰겄으니 한 주먹만 얻자 하신다
그래서 좀 나누어 드리고 남은 씨앗은 두부 반모 정도의
분량이 나왔다
실하지 못해 불림으로 보관용 밖으로 밀린 시금치 씨앗도
밭 한켠에 뿌려 두면 가을엔 먹을수 있을듯하다

씨앗을 털고 남은 마르고 뻣뻣한 줄기는 가위로 잘게잘랐다
조그만 손 작두가 하나쯤 있으면 점점 밭불 놓기가
허용이 안될테니 옥수수대. 해바라기 줄기등 농작물 잔해를
정리하는데 요긴할듯하다

선별된 종자 잘 관리해 대가 끊키지 않게 신경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