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내외는 땅콩을 참 좋아한다.
몇해씩 땅콩을 가마니 부피 만큼 사다 2주일쯤 걸려
땅콩 껍질을 까고 밀폐용기에 담아 두고
이사람 저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고 먹다보면
딱 1년을 먹을 수 있다.
땅콩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작물선택을 할때 무엇보다
땅콩을 손수 가꿀수 있다는게 신기하기도 했고
기대도 많이 했다.
이른봄 알땅콩 120g을 사서 모종을 앉히면서 설레임이 가득했다.
물을 너무 자주 준 탓인지 어쩐 일인지 20개도 안되는 묘를 얻고
6개의 모종을 사서 25포기 안쪽으로 심어 놓곤
자라는 모습을 보며 과연 어느정도의 수확물이 나올까 기대 했다.
정식후 잡초를 관리해 주고 유난히도 가뭄이 심했던 탓에
물을 몇번 주고 8월경에 꽃이 한창 필 무렵엔 삽으로 가득 흙을
덮어 주고 이제나 저제나 수확할때만 기다렸지만.
콩잎과 줄기가 생생하고 수확의 사인이 좀처럼 기미가 없었다.
10월 초에 접어드니 선배 농부님들이 이젠 다 캐내야 한단다.
그렇지 않아도 여러 이유로 헤실이 될까 걱정하던차
드디어 땅콩 줄기를 두손으로 잡아 올리니
올망졸망 땅콩 꼬투리가 키재기를 하며 딸려 올라온다.
아직 덜 여문걸 뽑는거 아닌가 싶지만
.마치 종합 선물셑을 받아든 아이처럼 절로 손이 움직여
나도 모르는새 기어이 다 뽑아 내고 말았다.
모나미 볼펜 굵기의 커다란 무장공자 한마리를 만났다.
그자리가 땅콩밭이란걸 친구들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만
들락거린것을 고마워 하며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거름이 적어선지 아님 땅콩은 건조하게 키워얀다는 소릴 듣고
물관리를 소홀히한 탓인지 씨알이 너무 잘아
수확물은 기대보단 너무 적다.
처음 땅콩을 심고 나서 선배 농불들에게 땅콩을 심었다니
걸 구찮게 뭐하러 심었느냐 하신다.
딱히 심을 작물도 없고 땅콩울 워낙 많이 사먹으니
심어 먹을란다 하니 그저 껄껄 웃으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올망졸망 따라 올라온 땅콩알을 따는 일도 쉬운일이 아님을 알게됐다.
선배 농부들이 귀찮게 뭐하러 심었는냐는 반응이 이해가 간다.
암튼 4kg쯤의 땅콩을 수확하고 덜 성숙한 것을 골라
냄비에 찌고 잘 여문것들은 손질하여 한번 씻어 소쿠리에 널었다.
내년엔 퇴비도 듬뿍 넣고 좀 더 많이 정성들여 재배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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