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다리, 김치 보시기, 삿뽀로 맥주..

부엌놀이 2013. 2. 4. 01:39

 

 

오늘이 벌써 2월 3일이다

예정대로라면 오늘 입원하고 낼 수술일인데.. 심전도 검사 결과 ,

정밀검사가 필요해 낼 운동과부하 검사후 수술일을 잡기로 했다.

그저께는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지만, 갑자기 활동은 줄고

 식사량이 늘어난 탓에 체중이 많이 증가하여 꾸욱~~ 참았다.

글구 어젠 .. 한달에 한번쯤 땡기는 맥주가 고팠고, 저녁 식사후엔

홍석이랑 오징어를 구워 먹었음에도..맥주라면 두눈을 반짝이는

아직 고1인 작은 아들  홍석이가 있어 또 꾹꾹.. 참았다..

2월 2일 .. 엊저녁엔 잠깐 피로하여 오후무렵 낮잠을 잔 탓에 저녁 9시가 넘어서야

할인 행사중인 남편의  화장품을 사러 롯데마트에 가려고 길을 나섰다.

오전 10시경 내리기 시작한 눈이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린탓에 신발등 위를 덮을 정도로

 눈이 높이 쌓였다.  나서는 길에 카메라를 챙기고 우산을 받고.. 배낭을 매었다.

부지런히 다녀오면 내가 시청하는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을 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늦은 귀가를 걱정하느 남편의 전화를 받고

시간을 확인해 보니 11시 20분이 넘었다.

집으로 돌아 오는길 홈플러스에 들러 우유도 살겸 한바퀴 둘러보니 도넛이 1+1이다

도넛을 사고 우유도 사고.. 고등학생인 홍석이가 마침 자고 있다.

딸기 슈가 냉동 도넛, 소프트 글레이즈 도넛을 한개씩 꺼내 먹곤..

시작한 김에 맥주도 한병 먹을까?하던차에

누군가가 구워 먹었는지 오징어 이빨과  구이용 집게가 눈에 띄었다.

홍석이가 오징얼 구워 먹고 자는가 보다.. 그럼 나도 오징어랑..

어제 먹고 싶었던 맥줄 한병 마셔야겠다.

얼굴이 부을것은 뻔한 결과 이겠지만..

병원에 입원하면 한동안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맘대로 먹질 못할테니.. 김치보시기도 꺼내고,,

 

 

지난핸 김장을 담글때 아주 심심하게 담았고, 큰 항아리에도 김장을 담아 한동이를 다 비웠다.

냉장 보관을 못하는 항아리것은 웃소금을 질렀지만,,

김치를 유난히도 좋아하는 서방님이 혈압이높고 워낙에 김치를 많이씩 먹는 탓에

소금을 될 수 있음 적게 넣으려고 김치 냉장고 보관용은 웃소금을 지르지 않고,

김장 담날 냉장고에 넣어 뒀다. 오늘 첨으로 냉장고속 김치를 꺼내 먹으니

좀 싱거운 맛에 김장 김치의 깊은 맛은 덜 하지만 그런대로 먹을만하였다.

익히지 않고 바로 냉장고에 보관한 탓에 날내가 나는 듯도 한데 먹을만은 하다.

 

맥주 한병과, 김치 보시기, 굽지도 않은 오징어 다리 하나 챙겨 컴 앞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김치를 집어 먹으니 어느새 보시기가 바닥을 보인다.

징어 다리도 어느결에 다 없어지고,,

 남편은 늘 남편인지라 입원을 앞두고 심란한 내 기분을 살필 새 없이 바쁘다..

어제 아침엔 의료원장으로 퇴임하신 한동관 선생님이 운명 하실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함께 조조 영화로 보기로 예약한  "7번방의 선물"을 보지도 못한채 병원으로 출근하였다.

한동관 선생님은 명의 반열에 들으시고, 우리나라에 신생아 집중 치료란

개념을 도입하여소아과 학회에 큰 영향을 미치신 분이다.

큰아들 현석이가 신생아일때 주치의 선생님이셔서

각별한 인연도 있지만, 평생 독신으로 사신 관계로,

상례를 병원장으로 진행하게 되어 직원들을 참여가 절실히 필요하였다.

밤 11시가 되어  종일토록 상주 노릇으로 고단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온 서방님은 나의 마음을 헤아릴 겨를  없이 피곤에 쩔어 있었다.

 

오늘 아침엔 현석이 알바 근무를 마지막으로 끝내는 날이고, 홍석은 학원 수업이 3개나 있어

아침부터 일정이 바빴다.  점심 먹을 시간을 주여줄 요량으로 김밥을 싸고,

우동을 끓여 먹여 3번째 학원에 보내고 tv를 보았다.. 청담동 앨리스..

 참 사람의 눈이란게 간사해서 늘씬늘씬 쭉쭉빵빵 일색인 연기자들이 대부분인 화면을 보다가

오랜만에 문근영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를 보려니 좀 미안스런 얘기지만. 키만 좀 작은뿐..

손색이 없는 인물이건만.. 웬지 난장이를 보는듯한 불편함이 느껴진다.

우리 내외와 아이들 모두 표준 신장이 훨씬 넘는 탓에 남들이 생각지도

못하는 불편함을 많이 감수하고 사는 관계로,

 평소 신장을 키우고 싶은 바람에 성장에 도움이 되는 약을 챙겨 먹이거나,

 고민을 날고 사는 친지나, 이웃들에겐..

원래 조선종은 작으니 넘 개의치 마시고 생긴대로 사는게가장 이상적이라며,

 덩치 크고 에너지 효율 떨어지는 중형차와 소형차를 비교하며 이야기하곤 했다.

키가 표준신장 이상이면 가장 불편스런 일은 몸에 맞게 옷을 구하기가 어려운 일인데,,.

이게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그저 다 좋은 줄로만 알아 부러움의 대상이다.  

표준신장을 넘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드라마의 대사중 눈이 마주칠 때 마다 사랑한다고 이야기 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난 부부로 살아 오면서 남편한테 사랑한단 얘길 한다는게 도무지 쑥스러워서 

 남편이 그렇게 듣고 싶어하는  "사랑한다"는 말이 좀처럼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장난스럽게 남편과 눈이 마주칠 때 마다.. 나도 당신한테 사랑한다고 말할거야~ 하며

눈이 마주칠 마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라고 했다.

 별로 어렵지도 않은 말을  그동안 하지 않고 살았구나 싶었다.

맨 첨엔 오글거린다고,, 하지 말라고 하던 서방도 낄낄대며 장난친다.

아니 이렇게 쉽고 즐거운걸 왜 여적 시도하지 못했을까?... 드라마를 통해서 또 배웠다.

 

받쳐든 우산위로 싸르륵 싸르륵 소리를 내며 떨어지던 눈을 받으며

한적한 밤길을 따라 걸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젊은 날엔 인공구조물을 렌즈에 담기 바빴는데,, 이즈막엔  인공구조물이 렌즈에 들어오면

어떻게든 화면에서 배제시키고자 신경쓰게 되는게 50이 넘어 또 다른 변화이다.

왕복 50분이면 족히 다녀올  길을  2시간이 훨씬 넘도록 쏘다니며

설경을 찍어으며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음에 감사했다.

 

유두종, 갑상선 저하증, 갑상선종에  자궁적출술이 예정되어 있는데, 심장마저 건강이

염려스럽다니,,, 허락된다면.. 하나 하나 수선해 가며 나에게 허락된 삶을.. 

 날마다 뒷전으로 밀어뒀던 나의 삶을, 오롯이 챙기며 살아갈 수 있는

터닝포인트로 삼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