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아들 먹고 난 후 나 먹고
저녁 우리 내외 먹고 난 후 아들 먹은
오늘 하루의 설겆잇감이다.
내 결혼 생활중 가장 단촐한 하루 밥상 끝의 설겆이 분량이다.
여자로 태어난게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한 일인지
긴시간 식재료를 선택하고, 음식을 뚝딱 뚝딱 만들어 내
가족이 둘러 앉아 먹는 일은 얼마나 소중하고
보람을 안겨 주는 일인지
긴시간 즐기며 살았다.
그러나..이젠 그재미를 홀랑 잃었다.
근 30년 즐기던 재미가 어떻게 갑자기 사라지지??
정말이지 믿을 수 없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어떻게??
그러나 현실이다.
이런 생활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근 2달이 가까와 온다.
그러고 보니 먹고 사는 일이
내가 이전에 알고 있던 것보다 얼마나 벅차고
간단한 일이 아니었는지 55살이 끝나 가는 이제야 알겠다.
누구의 노래말처럼
겸손, 겸손은 힘들어 겸손!~~
어쩌면 의자 식탁만 빼고 다 요리해 봤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소중한 경험을 하는 귀한 시간이다.
요 며칠간 "겸손한 한끼"가 머릿속에서 맴돈다.
밥벌이를 위해 땡땡 언 새벽길을 나서는 가장들과
그보다 적지 않을 따뜻한 밥을 지어 내는 수고를 담당하는
숭고한 손길들이 있어 오늘도 자알 돌아 간다.
겸손한 한끼
김치 한보시기에 달랑 미역 줄기 볶음 만을 더한 밥상도 먹을수 있다.
아니 먹을만 했다.
날김이 계란이 고맙고, 두부가 고맙다.
아니 그보다 그 밥상을 아무런 타박을 하지 않고
받아 주는 가족들이 눈물겹게 고맙다.
이제야 철이 드는가 보다.
한편으론 나의 만만치 않은 삶의 무게로 부터
놓여나고 싶어 생존을 위한 회피를 하려는 심산으로 읽혀지기도 한다.
두부도 고맙고
계란도 고맙고
어미의 심리를 이해해 주는 나의 아들도 고맙고
날 그리도 힘들게 하던 남편도 지금은 고맙다.
이꼴을 묵묵히 봐줘서 ~~
홀가분하게 훌훌 벗어 던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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