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5, 4, 4, 1.. 도토리 줍기는 오늘로 끝이다...

부엌놀이 2013. 10. 18. 23:36

 

 

도토리를 모아 녹말을 내어 묵을 만들어 먹었던지도 4~5년이 지났습니다.

원시적 습성이 비교적 많이 잔존하는 관계로 수집 채취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하지만..

도토리의 임자는 따로이 있다는 남편의 잔소리에 그렇기도 하군..하며

그간 도토리 줍기는 쉬었습니다.

아버지의 투병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밭작물을 돌보고 갈무리 할 일도 많고,

 아버지도 자주 찾아 뵈야 하고  도대체 하루가 어찌 가는지 모를 지경이던터

스트레칭도 느긋한 산보도 잊고 산지 한참 되었더군요.

한가로움을 맛보기 위해 아파트를 한바퀴 휙 둘러보더 나섰던길..

10월 6일쯤 인가 봅니다.

바닥에 떨어진 반질 반질 윤기나는 도토리 한알을 보았지요.

그러고 보니 아파트 단지 정원수 속에 커다란 도토리 나무가 2그루 있었지..

한알 두알 줍다 보니 한웅큼이나 되었네요.

몇년전엔 청솔모도 눈에 띄긴 했지만, 몇년간 다람쥐나 청솔모를

 아파트 단지에서 본 지도 한참이나 된듯 합니다.

주머니속에 만져지는 동그란 도토리들이 새로운 기억들 속으로 나를 안내 하더군요.

어머니 살아 계실때 커다란 가마솥에 대접만한 나무 주걱으로 많은량의

묵을 쑤시며 불조절을 해 가며 나무 주걱을 나의 손에 쥐어 주시던 어머니와

이제는 모두 중년이 되어버린 5남매의 어린 가을날의 기억 속으로..

그래.. 며칠 주워 묵을 한번 만들어 봐??

그러고 보니 첫박새 적지 않은 양을 주운 걸 보니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시던

나이드신 분들이 많이 거주지를 옮기신 듯 합니다.

도토리를 줍기엔 이르지 않은 시각..7시쯤 남편의 출근길에 따라 나와

 산보 하던 내 손에 쥔 도토리를 보며 그중의 몇분은 돌아 가셨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한 아파트 단지에서 13년이 넘게 살고 있으니 어느새 살고 있는  마을의 사연도

 켜켜이 기억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며칠간 일찍 집을 나서 도토리를 주워 모은 결과 근 한말이나 됨직 합니다.

기억을 되살려 껍질을 까고 떫은 맛을 우리고, 믹서기에 갈아 앙금을 내어

말리고 하는 과정이 여간 복잡한게 아니더군요.

가장 어려웠던 과정은 도토리 갈기.. 단단하고 제법 많은 양이기에

믹서기의 열을 식혀가며 갈아 내어 앙금을 안치기 위해 그릇그릇 동원하고,

건조시키고 오늘에서야 거지반 다 된것 같습니다.

묵을 쑤어 먹어 보니 참 맛이 좋습니다.

밭작물을 거두고 갈무리 하느라 무진 고생을 하고 분주한 통에

도토리 묵을 만들자니 손가락이 다 갈라지고 아프지만

도토리 나무 아래에서 만난 아주머니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자연을 좀더 가까이 접하는 시간속에 사색도 하고 

 삶의 진리도 곱씹어 보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4각 도기접시의 20개의 도토리는

 10월 21일 커피를 마시며 나무 아래를 걸으며

 탐색해 찾은 결과물입니다.

앙금 내려 녹말가루 만들고 또 주운것은 볶아서 무우 말랭이와 함께 

차로 이용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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