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일상의 삶은 축제다 ! ~

부엌놀이 2013. 10. 4. 07:47

 

 

어젠 5남매중 언니와 막내 동생과 함께 고구마를 캤습니다.

암투병 막바지에 계신 아버지와 간병을 하시는 어머니는

농작물을 돌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하시며, 고구마도 서리 맞기전에 캐야고

이쁘게 졸망졸망 달린 풋고추도 따다 먹어얄 텐데.. 하십니다.

병실에 계신 아버지는 귀가 하시기엔 상황이 좋지 않아

호스피스 병원에 가실 형편이지만, 아직 호스피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신지라 옮기기를 주저 하십니다.

그저 집에 가면 잠이라도 푹잘 수 있을것 같고, 어머니가 푹 끓여주시는

음식이나 먹었으면 좋겠다며 집으로 가자는 말씀만  하시니..

기력이 그만큼이라도 됐으면 정말 좋겠다는 마음 뿐입니다.

조금이라도 진정이 되어야 집으로 퇴원 하실 수 있다는 담당 선생님의 말씀에

장남이  아버지를 며칠간 더 입원 하시도록 설득차 병원에 가고,

추위를 타시는 아버지와 어느새 기온이 떨어져 신을 양말이 필요하시다는 어머니

큰 아들애가 병원에 간다니 서둘러서 전기 방석과 양말을 챙겨 보내고

어쨌거나 기온이 뚝 떨어진다는 예보가 있으니 고구마를 캘 시간이  있는지

방문 전화를 한 끝에 삽질 할 막내와  11시경 밭에 모이기로 했지요.

막내는 아직 식전이라는 군요.

감자 캐기와 달리 고구마는 세로로 땅을 파고 자라기 때문에

캐는 것이 쉽지 않고 시간도 참 오래 걸리는 작업 입니다.

고구마를 캘 무렵이면 점심 먹고 만나면 금방 서늘하고 어둑신하여

몸은 추위를 느끼고 작업이 곤란해 집니다.

다들 바쁜 일정 속에 사는 통에  개천절인 오늘은 아침도 걸렀을텐데

점심을 먹으며 일 할 생각을 하니 마땅한게 없군요.

아버지는 지금 침상위에서 고통과 사투를 벌이고 계실 생각을 하니

오늘 하루 먹을 끼니를 생각하고 있는 내가  참 아이러니하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침상에서 고구마를 언제나 캐려나 걱정하실 부모님과

이제는 마지막 고구마 농산물이 될 것 같은 생각에, 부모님이 바라는 건

자식들이 건강하고 밝게 사는 것이 아닌가 하여부지런히 밭솥의 밥도 챙기고,

 계란도 삶고, 냉동실에 들어 앉은 머릿고기도 꺼내고, 김치도 꺼내고

 사과 바나나도 싸고 물도 꾸리고 하는 통에 고단하고 복잡한 일상을 사는 중에도

 이벤트를 자주 마련하는 것도 괜찮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구마 밭에 도착하니, 웬 나팔꽃이 고구마 밭에 피었을까?

보랏빛 꽃이 눈에 많이 띄더군요.

가만 들여다 보니 언젠가 들어 본 적이 있는 고구마 꽃..

바로 고구마 꽃이 핀 것입니다.

아직 고구마  꽃을 직접 본 적은 없었는데.. 기뻐 해야 할지 어째야 할지..

고구마 꽃이 피면 이변이 생긴다는데.. 아버지의 병세를 고구마 밭이 알고

있다는 것인가??  신기하기도 하고 염려 스럽기도 하고..

고령이신 아버지의 회생을 바라기도 어려운 일이지만..하는 복잡한 마음 속에서

새순의 고구마 줄기를 따고 낫으로 덩굴을 걷어내고  고구마를 캐기 시작하니

어느새 꽃자주색 고구마를 캐며 심란하던 마음은 진정이 되고

  캐는 일에 집중하기 바빠졌습니다.

일년에 몇번 있는 수확물 채취 작업에선 속 깊은 얘기와 부모님 품 안에서

자랄때의 추억을 나누며 담소를 즐기는 시간입니다.

중간중간 나와 언니가 꾸려온 음식을 먹으며 밥도 먹고 참도 먹고

작업하는 일손이 부족하여 천상 오늘 다 캐기는 어려울것  같아 주말에 다시 뫼기로 하고

고추밭에 들려 부드러운 고추순도 따고 꼬마 고추도 땄습니다.

올핸 이상스레 고추 몇번을 따고 나니 달리기는 주렁주렁 잘도 달리는데

고추가 잘 안 익어 못 딴다는 어머니의 말을 들었습니다.

고추밭을 둘러보니 정말 무성하게 큰 키 나무에 고추가 많이도 달렸는데

점점 낮의 길이가 짧아지는 가운데 서쪽으로 과일 나무가 태양빛을 막고 있는

형국이니 고추를 수확하기가 더딘 이유를 알게 되더군요.

늙은 호박도 따고 열매가 달린 들깨도 뜰어오고, 부추도 잘라오고, 파도 몇뿌리 뽑고..

집으로 가서도 마무리할 일이 한참은 될 것 같습니다.

언니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긴 시간도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돌아오는 길에 한가득 가슴에 따스함을 느끼며

그래.. 일상은 축제다.. 다시 되뇌입니다.

 

 

 

 

오래도록 고구마 수확을 해 왔지만..

올해 첨으로 아버지의 밭에서 고구마 꽃을 보게 되었네요.

 

 

매실, 개복숭아 나무 아래 호박,  고구마를 심어 가꾸는 아버지의 밭 전경

 

 

 

 

 

 

고마리라 불리우는 자금자금 앙증 맞은 꽃

 

 

 

 

 

왕고들빼기 꽃

 

 

그리고 요건 무슨 꽃인지요??

 

 

이건 무슨꽃인가 참 궁금 했었는데..

김잔 배추 뽑으러 갔을때 보니

도깨비 바늘 꽃으로 판명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