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5년만에 머리를 짧게 자른 이야기..

부엌놀이 2013. 9. 26. 00:08

 

 

6~7년 전인가 ??   퇴근하여 돌아온 남편의 손엔 손목시계 2개가 들려 있었습니다.

하나는 당신꺼구 하난 내꺼야.. 웬시계??  응 오늘  사후 장기 기증 서약식이 있었는데..

당신이랑, 내 시신 장기 기증서약서 쓰고 시계를 받아 왔어...

뭐라 ?? 내 시신을 왜. 당신이 맘대로 기증 서약을 하고 이딴걸 받아와??

죽으면 썩어질 몸 기증하면 좋지..어차피 죽은 몸 ,

 뭔 미련이 많아서~~.. 라네요..

아니 무셥게 왜 그리 해..  그리고 애들이 부모 사후에 얼마나 경황이 없을텐데

거기다가 그런 절차까지 밟으려면 얼마나 심란하겠어??

당신의 육신에 대한  선택은 뭐랄 바 아니지만, 난 반대야.. 하며

서로간에 결기를 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그후.. 그래 나도 부모님의 애정을 받고 

입때꺼정 살아 오면서  많은 사회적 혜택을 받았으니

 뭔가 나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도 하고 살아야지...

근데, 사후 시신 기증은 아냐....

다른 뭐가 있을거야..

 

언젠가 항암치료를 받느라 머리털이 다 빠져 한창 예민할 나이에

정신적 상실감이 더 큰 환자들을 위해 머리털을 기증하면  가발회사에서 가발을

만들어 무료로 제공하는 사회적 기부 사업도 있다는 소리를 들은 것이 떠오르더군요.

머리털?? 그것만은 남보다 품질도 좋고 쑥쑥 잘 자라고 ,

 내 생전에.. 주위 사람 번거롭지 않게 할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염색과 파마를 하면 안되고 완전 자연모여야 한다니

몇년 잘 참으면 되겠다 싶어 기르기 시작 하였습니다.

허리길이 만큼까지 기르는데 족히 3년은 걸린것 같습니다.

좀만 더 길면 되겠다 싶더군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난해 말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아야 했지요.

아직 가발을 만들기엔 충분하진 않지만..

입원을 앞두고 유명하다는 가발회사에 차례로 전화를해서

기부를 위해 머리를 길렀는데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느냐 문의를 했더니

지금은 인모를 수집하여 가공 가부를 하는  제도가 없어졌다네요.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한군데쯤은 있겠지 싶어

 전화를 계속 해 본 결과 .. 그만 포기 할 수 밖에 없었구요.

가뜩이나 건강이 좋지 않아 혈색도 안좋은데 남편이 근무하는 병원에

나이와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긴생머리가 좀  뭣해,

 미장원엘 가서 싹뚝 잘르고 아줌마 파마를 해 달라 했더니..

이제 할머니가 되가는 과정에서 학력 불문, 얼굴 생김 불문

점차 짧은 뽀글이 파마로 통일이 되는데 , 이 건강한 모발을 아깝게  왜 자르느냐며,

긴머리가 썩 잘 어울린다며 한뼘쯤만 자르자며 긴웨이브 파마를 해 주더군요.

오랫만에 파마를 하고 나니  아픈중에 행색이 그나마 좀 나은것 같습니다요.

수술후 조리하며  몸 추스리고 이럭저럭 지내고 나니 여름이 다가오고,

올 여름엔 유난히 덥고 장마도 길다는 예보가 있어

여름엔 긴 머리를 핀이나 고무줄로 묶어 올리면 시원하니 긴머리로 여름을 나고..

어느덧 내 나이도 51세가 되었으니 머리 손질도 좀 하고 살아야겠지 싶어 미장원엘 갔습니다.

결혼전에 한번 , 30대 중반쯤 하였던 생머리에 가까운 매직 볼륨파마..

그런데 이게 지금 내 나이와 분위기에 어울릴까?? 쪼매 걱정도 됩니다.

머리를 기른지도 너무 오래 되서 갑자기 스타일을 바꾸려니 나도,

 주위사람들도 익숙치 않을성 싶기도 하구요.

다행히 미용사가 괜찮을듯도 하다는군요.

외려 젊어 보일거라도  하네요.

기대반 걱정반 끝에 완성된 파마 머리는 그리 어색하진 않아 참 다행 입니다.

오늘 오후엔 내내 바뀐 헤어 스타일로 인해 인사 받기 바빴습니다.

앞으론 머리를 감고 말리는 일이 참 간단할 것 같습니다.

잘라낸 머리카락은 생각보단 부피가  많지 않습니다.

광속 단지의 떠낸 자린 움푹 해도 남에게 건넬 땐  낮간지럽다는 말이 고개가 끄떡여 집니다.

그래도  머리카락을 그냥 버리기가 아까워 바늘꽂이 속에 넣으려 잘 챙겨 왔습니다.

 

 

 

 

어때요?? 스따일 갠찮응가요 ?? ..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