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주문 요리를 하며
참 바쁘고 고된 시간을 보냈다.
7시간 이상을 서서 앉아서 조리에 집중을 하다 보면
그야말로 똥꼬가 아프고 치질이 생길것 같은
신호를 느끼게 된다.
그럴땐 30분쯤 길게 누워 있다가
다시 작업을 계속 하면 좋지만
섬세한 칼질과 플레이팅을 신경 써야 한다면
시간이 생각 보다 더 길리기 일쑤이다.
어제와 오늘도 그런 날이다.
어쩔수 없다
그냥 서서 견디며 일을 계속 할 수 밖에
대개의 여인들은 알쭌히 식구끼리 둘러 앉아 먹을 음식을
장만해야 할 추석이나 명절 상차림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할 방도를 찾는 것도 일순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물며 남의 행사에 필요한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하는 건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 너무 힘이 들땐..
이 고된 일을 왜 사서 하며 살지 ??
나 스스로 의문이 들때도 있지만..
답은 하나다.
그래도 이 일처럼 재밌는 일을
난 아직 찾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남들은 돈 주고 맡길 때가 있음
맡기며 사는 일을 ...
다 내가 좋아서 사서 고생이지 하는 생각이 떠 오르면
나도 모르게 쿡쿡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내 마음도 곧 즐거움을 되찾게 된다.
마치 러너하이 처럼 고통 끝에 찾아 오는
쾌락이라고나 할까 ?
힘이 많이 들면 들수록 고객들의 만족도는 높기 마련이라
음식을 먹은 후 참 맛있게 잘 먹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내겐 그만한 보상이 또 없다.
일순간 그 지루하고 고된 시간에 대한 수고는
눈 녹듯 사라지고 피로도 한순간 날아 간다.
손님 치레를 하기 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전달한 직후 .. 참 맛있고 정성이 느껴지는 모양새라는
주문자의 문자를 받게 되는게 보통이다
그래, 이맛에 그 고된 일을
그야말로 사서 하지...
그것으로 충분 하지!
거기다 부가가치도 높은 일이니..
음식 전달을 마치고 숨 돌릴 새도 없다
뒷 설거지를 마치고 드디어 쉴때가 됐구나 싶었는데..
뜨아 ! ~~
눈에 들어 온 것은 어제 사다 논 열무 4단.
지인이 몇일 전 부터 시간 나는대로
열무 김치 좀 담가 주세요 하더니
그젠 빨리 만들어 달라고 채근한다.
지금 마트 왔는데 내 열무 김친 언제 담가 줄거요 ?
나 마트 쇼케이스 앞에 있는데 열무김치 사요 말아요 ?
풀무원 김치를 살까요
중갓집 김이를 살까요 ? 하며 전활 했다.
아 예.. 되도록 빨리 담가 드릴께요.
어제 마침 싱싱한 열무를 보고 4단을 샀다.
그제 밭에서 돌나물을 잔뜩 채취 해 왔으니
울 서방도 좋아하는 돌나물과 미나리를 넉넉히 넣고
국물도 자작한 열무김치를 담그면
가끔 시원한 냉면도 말아 먹고
국수도 말아 먹으면 좋겠다 싶어서..
그 열뭇단이 눈에 띄었다.
기온이 점차 높아지는 날씨니
아침 일찍 해결 하지 않으면
맛좋은 열무 김치를 먹기는 그른 일이 되니... ㅉ
열무를 다듬어 절이고 고춧가루를 물에 불리고
마늘을 다지고 파도 썰고..
김치 양념을 만들어 놨다가
미나리도 썰어 넣고 돌나물도 씻어 넣어
열무김치 한 통, 돌나물과 미나리도 넣은
열무 김치도 한통을 완성했다.
겨울에 사다 둔 여성에게 좋은 호두가 눈에 띄기에
저것도 빨리 먹어 없애야 될 텐데..
칼로리 소모가 많은 노동을 길게 했는데
영양 보충 차원에서 몇개 깨먹을 요량으로
나무 망치를 꺼내 들고 어디다 놓고 까 먹어야
아랫집에 소음전달이 덜 될까 생각에
주방앞 깔판 앞에 자리를 잡았다.
한알을 쉽게 깨 먹고,
여러번의 망치질 끝에
드디어 깨기에 성공한 호두 한알..
껍질과 속살은 사방으로 튀어
남아 있는 속살은 요만큼..
여러번의 센 방치질 끝에
나무망치는 5년쯤 사용 뒤 마모될 분량이
한꺼번에 마모 되 무디어 지고..
나의 보물 레시피 노트는
쭈그렁 방탱이가 되었다.
아무리 내 입으로 들어갈 호도지만 깨지면서 속살이
터져 나오니 나만의 레시피 노트를 깔고
호두를 놓고 방망이를 들었다.
한번 내리쳤는데 호도는 말짱 하다.
오잉 ?.. 그 호두 센데..
두번, 세번..... 여덟번쯤 ? 호두 한알을 깨지 못하고
연신 방망이를 들었다 내렸다 했는데
약간의 실금만 났다.
이걸 어쩐다냐? 이리 금이 간채로 놔 두면 금방
곤충이 달려들어 알을 까고 말텐데..
가끔 더덕구이를 만들거나 돈가스를 만드느라
나무 방망이를 사용하는 때가 있다.
한번 만들게 되면 양이 많기 때문에
혹여나 이웃들에게서 항의가 들어 오지 않을까 걱정 되기도 한다.
밖에서 할 수도 없는 일이고
다행히 아직 까진 한번도 민원이 들어 왔다는
관리실의 전화를 받은적은 없지만
나무 방망이질을 필요 할때면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래서 오늘 호두를 깨기 위해 선택한 자리가
주방앞 요철 구조의 발매트 위였다.
거기다 노트를 한권 깔고 방망이질을 해 대니
유격이 생겨 충격이 분산 되었기 때문에 호두가 잘 깨지지 않았다.
깨기를 실패 할 수록 더 힘을 모아 내리쳤더니
이번엔 호두가 박살이 나고 호두알은 사방으로 탈출해
호두속살이 남은 것은 거의 없다.
이젠 호두 속살을 찾아서 수집해야 한다.
그 영양 덩어리가 또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참 영양 보충 하기 어렵다.
이젠 머리를 숙이고 냉장고 밑도 살피고
가구 밑도 뒤져서 호두 속살을 찾아야 한다..
오늘도 나의 휴식은 유보 되었다.. ㅠ...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
얼릉 속살을 찾아 내고 달콤한 휴식을 즐겨야지 !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기누설 고추의 재발견편.. 방송 출연 ~~(2015. 5.10일자) (0) | 2015.05.10 |
---|---|
가드닝 디자인에 꽂히다! ~~ (0) | 2015.05.10 |
근로자의 날.. 곰솥의 미역국이 겁 나는 남편 ~~ 왜지 ?? (0) | 2015.05.01 |
꽃잎이 떨어지고..그렇게 봄날은 간다 ~~~ (0) | 2015.04.29 |
아들애들이 올라 왔다.. 밥상을 차렸다 아들들은 스마트폰을 먹었다. (0) | 2015.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