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봄날은 그야말로 바쁘다.
살랑이는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결을 따라
꽃귀경 다니고 친구도 만나고 괜시리 왔다리 갔다리 하고만 싶다
그리고 삽 한자루와 너비 30cm나 됨직한 쇠갈퀴 한자루가
비교적 큰 농기구에 속하고 호미와 모종삽, 플라스틱 쉐이버, 접이식 작은 톱,
전지가위, 주방 가위등 속이 도구의 전부인 농부로서의
반년 인생이 시작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정기적으로 일주일에 딱 2번 거기서 많아봤자
한번쯤 더 보태 끽 해야 주 3회 약 120평 정도의 밭을 들락거리며
냉이, 달래 부터 시작해 쑥, 돌나물, 개망초, 초벌부추 수확의
순으로 수확을 하고 반찬을 만들어 내고 하려면
일주일에 사나흘은 꼬박이 자경농으로 시간을 바친다.
올핸 지난 겨울 작은 비닐 하우스 2동을 만들어 놓곤
겨우내 거름을 옮기며 들락 날락 시금치랑 고수, 냉이를 캐는 재미와
비닐 두장과 가느다란 대까지, 블럭과 스텐 막대를 이용해 만든
비닐 하우스의 효용성을 신기하게 느끼며 남다른 재미를 맛보았다.
밭농사 과정 중 가장 시간과 노동력과 지구력을 요하는 밭갈이
고것도 삽 한자루와 오롯이 몸 땜으로 해결 해야 하는 밭 뒤집기는
정말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도록 고된 일이다.
4월 생각지도 못한 일로 보름도 넘는 시간이 뚝 잘려 나가고
앞뒤옆 무슨 기막힌 요술들을 부렸는지 풀 한포기 없이
반질 반질한 이웃들의 밭을 보고 있노라면
각양 각색의 풀들로 초록에 초록을 더한 우리 밭을 보노라면
한숨과 걱정이 앞섰다.
또 올 한해는 어찌 삽을 뜨고 한해 식재료를 생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내의 시간을 견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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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꼬박이 전세대 선배 농부님들로 부터
대단한 정성으로 밭을 일군다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들으며
작물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힐링의 시간도 갖고
생명의 에너지를 받고 먹으며 얻은것도 많았다.
그중 가장 큰 소득은 나의 아이들을 키우며
미처 납득하고 해결 보지 못했던 점에 대한 답을
작물의 생장을 통해 순간순간 스스로 터득하며
나나 아이들 모두 아주 편안한 모자의 감정을 나눌 수 있었다.
밭농사를 통해 얻은 소득중 가족 관계 회복에
지대한 영향을 받은 것이 가장 크다 할 수 있다.
올해로 풍신 난 4년차 농부
그사이 나의 밭 옆터에 농가 주택 집안의 형님은 89세의 연세에
약 350평쯤의 적지 않은 밭을 가꿔 오셨는데
이제는 관절도 너무 않좋고, 힘이 드셔서 작년부턴 거의
밭을 드나드시지 않고 손을 놓으셨다.
그간도 참 많은 수고를 하셨는데 이젠 정말 쉬셔야 할 연세
아니 진즉에 손을 놓으시고 여생을 편안히 지내셔야 했다.
그간 형님과 밭작업 중간에 점심도 함께 드물지 않게 먹고
함께 커피도 마시곤 했는데...
나도 이제 4년차 접어 드니
심어 가꾸고 싶은것 어느 정도 원풀이를 해 봤으니
올핸 대강 대강 욕심 부리지 않고 띄엄 띄엄 심고
내집 먹을 양 만큼만 심고 가꿔야지 했는데
경작 면적은 줄지 않았으니 호미질이며 걸음걸음 옮기기는 매양이다.
지난 월욜 어느새 진즉부터 쫑이 오른 고수
갓, 시금치는 종자만 남기고 모두 뽑고
돌나물, 구기자순, 오가피순, 두릅순도 부드러울때 꺾었다.
종이 오르고 꽃망울이 보이기 시작하는 대파, 쪽파도
뽑아 오고 보니 손질해 반찬을 만들고
손을 봐야 할것이 끝없이 이어 진다.
삽한자루로 거름을 붓고 2이랑의 밭을 만들고
수확물을 바리바리 싸 들고 와
물김치도 담그고 장아치도 담그고 냉동실에 차곡차곡
소분하여 두고 나니 김치 냉장고에 고이 담긴
쑥떡 반죽도 눈에 띈다.
이것도 상하기전에 부지런히 떡을 만들어 먹어야지 된다.
얼음이 살짝 낀 반죽을 만지기 좋게 상온에 꺼내 놓고
저녁을 먹고 tv를 보며 만들어야지 생각 했는데
tv를 보다 깜빡 잠이 들었는지 아들애가 이제 들어가 주무시라는
소리가 들린다.
시계를 보니 10시다.
그래 졸고 앉았지 말고 들어가 자야지 생각 했는데
식탁 위에 덩그라니 놓여 내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쑥떡 반죽에 눈길이 간다.
하이고 아직도 오늘 일정이 끝나지 않았구만..
왜 이리 사서 고생을 하누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생각이 드는것도 잠시
내일 아침 이른 출근길에 든든한 아침이 되어 줄
쑥떡을 맛나게 먹을 남편을 생각 하니
이런 수고쯤은 된일로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 가족에 대한 깊은 애정이 없다면
김장이 끝나기 까지 끝도 없는 수고를 어찌 감당하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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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자순, 오가피순, 그리고 어느새 거셔진 두릅
떡반죽은 상온에 방치 된지 몇시간이 지나
어느새 아랫쪽은 질척질척 물기가 몰려
양픈에 잘게 손으로 뚝뚝 떼어 펼쳐 놓곤
수분을 많이 먹은것 적게 먹은것 고루 분포 시켜 펼쳐 놓아
다시 주물러 한덩이로 반죽을 만들었더니
새로한 반죽처럼 말랑말랑 만지기 좋은 상태가 됐다.
약 1.7kg의 반죽으로 50개가 채 안되는 누에고치 모양의 떡을 만들었다.
140g으; 서리태를 5~6시간 불려 6~9알 정도씩
숟가락에 얹어지는대로 넣어 빚었다.
찌고 찬물에 헹구고 식혀 내고 그릇에 담고 나니
12시 반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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