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채종해 두었던 무씨를 2월 파종 했다
밭으게 씨를 줄뿌림해 싹이 오르면 기중 큰놈 부터
솎아 쌈채를 먹는다
한뼘쯤 자라면 열무 김치도 담가 먹다
몇놈은 굵게 뿌리가 들면 선별 관리해 한여름
모밀소스를 만들때 강판에 갈아 채에 바쳐 쓰기도 하고
생선 조림을 만들때 요긴하게 쓴다
남은것 중에 무가 크게 들지 않을
최최우등 2~3그루쯤은 별도 관리해 씨앗이 여물면
장마전 채종을 한다
시판 여름무는 크기도 커 냉장고 자리를
많이 차지하기도 하고 조직이 물러 자칫 쉬이 곯기도 한다
힌여름 조직이 충실한 수확 무를 먹는 맛은 특별하다
어젠 듬성 듬성 올라온 보랏빛 갓ㆍ돌나물 미나리
쪽파 한무더기 미나리 노란 민들레와 토종 흰민들레
부추도 한줌 수확 했다
전날 충분히 내려준 봄비 덕에 며칠전 자칫 억세고
제대로 자라지 않을까 염려 했었는데
그새 쑤욱 자라 올랐다
야들 야들 보기만해도 뿌듯한 열무밭이다
밭가에 앉아 김을 매고 튼실한 놈을 골라 솎아 내니
곧게 뻗은 하얀 뿌리가 족히 10cm는 된다
가늘게 쭉 뻗은 뿌리가 손길 따라 시원스레 잘도 올라 온다
내 얼굴엔 나도 모르는새 쭉쭉 뻗은 뿌리와 함께
몽신 뭉신 미소가 피어 오른다~~ ㅋㅋ
한번 퍼지기 시작한 혼자만의 미소는 어느새
콧망울까지 키우며 벙싯벙싯 벌어지는 입매에
코까지 벌렁거린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보면 저거 미친나?? 히지않을까?
염려될 정도로 미소의 동심원은 점점 커진다
그래 요맛에 열일 마다하고 꼬박 꼬박 밭 드나들지~
시간 가는줄 모르고 밭 고르고 저린 손마디 생각 않고
쪼그려 앉아 작물 가꾼다
경험해 보지 않음 이 재미를 누가 알겠어?
참 행복한 시간이다
한평도 안되는 면적의 터에서 가만 가만 솎아 낸 열무는
김치 한번 담그기에 충분하다
맛있는 열무 김치를 담가 먹어야지
한 줌 쯤은 데쳐 중간 멸치 한줌 넣고 된장도 한술 넣고
자박자박 조림도 해 먹어야지
남편은 마주 앉아 맛나게 먹으며
1년에 한번 밭엔 얼씬도 안하면서 작물 수확물만
고대하며 수확기를 손에 꼽기도 한다
종종 얄미운 생각마저 살짝 들때도 있는 남편
불펀한 발 땜에 좁은 헛골에 발을 옮기는게
쉽지 않아 과긴장을 하며 발을 떼야 한다는걸
나는 안다
부지런한 젓가락 놀림 풍경마저 그려진다
남편은 참 신기하다
어쩌다 혼자 밭작업 가기 꾀가 날때 남편은 유독
심심해 하는 날이 있다
마치 놀이 상대가 없어 혼자 주리를 트는 어린애 같이
느껴질때 밭작업에 갈까? 물으면 고건 못하겠단다
구란디 그런 남편이 신기하게도 작물 수확기는
귀신같이 감지를 하면 채근을 하는 버릇이 있다
며칠 안 있어 첫 풋고추를 먹을수 있겠다 생각하면
고추는 언제 따와? 낼 모레쯤 첫가지를 딸수 있겠구나
싶으면 가지 볶음은 언제 부터 해 먹는거야?
잡초 한번 뽑을 생각은 않고 먹을때만 고대하는
남편이 어떨땐 밉살머리스럽기까지 할때가 있다
그래도 힘들여 농사 지어도 소모량이 많지 않으면
그것처럼 힘빠지고 난감한 일이 없다
그래 맛있게 자알 먹어주는 것도 부조다 부조
젤로 큰 부조
비내린 뒤 말갛게 개인 햇살을 받아 투명 하기 까지한
기중 튼실하고 멋진 열무잎에 달팽이 녀석이 달려 있다
직접 농사를 짓기전 아버지가 보내 주신 푸성귀에서도
달팽이를 만났다
마치 유기농의 증표로 인식되기 까지 했다
달팽이가 발견 되면 일껏 엘리베터를 타고 내려가
달팽이를 아파트 정원 풀가에 놓아 주기도 했다
달팽이가 눈에 띄면 이젠 잡아야 한단다
크게 해는 없지면 기어 다니며 풀어 내는
점액질이 문제란다
그래 가끔은 털어 내 눈을 질끈 감고 발로 비비기도 한다
오늘 만난 달팽이 너는 운이 좋다
바람결에 넘실거리기 까지 하는 열무 덕에
내마음까지 너그럽고 풍요로워
달팽이 오늘 너 땡잡았쓰!
너그러운 이 언니가 너 오늘은 살려 둔다
내 다음 방문 하기전 에지간히 먹고 줄행랑 치지 않음
내맘 어찌 변할지 내도 몰라
게으름 피다 내 손에 딱 걸리면ㆍㆍ
그 아줌씨 넘 무자비 하다고 원망 말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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