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설렁탕 한 뚝배기

부엌놀이 2018. 12. 30. 20:14

젊어선 돈 걱정하며 살만 하다고들한다

그건 안겪어 보거나 일찌감치 상황 전환한 사람들의

입장일터

그 지난한 과정을 몸으로 겪어낸 사람은 눈물겹다

예의고 상식이곤 딴나라 얘기다

 

작년 어느날 큰아들애가

전에 살던 동네 감미옥 설렁탕집 지금도 영업중이냐

물었다

감미옥 설렁탕이라~~ 새삼스럽다

꽤 인지도 있는 식당으로 얼마전 종로를 걷다

감미옥(구대성집)이란 간판을 만나 추억을 일깨우기도 했다

어찌 감미옥 설렁탕 생각을 했느냐 물으니

우리가족 모두 가서 한그릇씩 주문해 폼나게 먹고 오고 싶단다

 

애들 어릴적 일주에 한번쯤 들러 특 한그릇에

밥 한공기를 추가해 맛있게 먹고 왔던 기억이 새롭다

아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엉마는 집을 나서기전 항상 밥을 먹고 출발 했다는걸ㆍ ㆍ

 

인ㆍ차도의 구분이 없는 짧지 않은 거리

어린 아들 형제와 도로변을 걷기 쉽지 않아 차를 타고 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돌아 오는길

공병에 공원 약수터 물도 받아오곤 했었는데

철 없는줄 알았던 어린 아들은 엄마의 녹록치

않던 시간들을 고스란히 느끼고 기억 속에 담아 두고

있었다

 

아주 큰 설렁탕 뚝배기에 밥을 말아 적당히 덜어 주면

맛나게 먹던 아들들의 숟가락 놀리는 경쾌한 소리와

맛나게 먹는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뿌듯하고내 뱃속까지도 든든한 시간이었다

아이들의 식사가 끝나면 뒤이어 나의 식사가 이어지고

그렇게 우리 세모자는 주례 행사 처럼 외식 한끼를

먹었다

 

특 설렁탕 한그릇 7천원

20년 전이니 뽀얀 국물에 고기 그득히 담긴 넉넉한 탕과

잘익은 김치 ㆍ 깍두기를 양껏 먹을수 있는 한끼로

족했다

 

오늘 내외와 아들들 4명이 길을 나섰다

내외는 60이 더 가까운 나이니 소화력도 떨어지고

식사량도 많지 않다

남편과 나는 부담되는 양일테지만

이왕이면 한그릇씩 앞에 놓고 먹을까 싶다가 아무래도

부담스러워 3그릇 주문을 넣었다

특 사이즈의 그릇도 바뀌고 가게는 그사이 번성해

도로가로 나 앉았지만 사장님은 나이든 태만 조금

느껴지고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가격은 특 만천원 ㆍ 일반 8천원

 

김치 ㆍ 깍두기 맛은 여전한데

설렁탕 맛은 이전과 많이 다르다

메뉴판을 들여다보니 호주산 이란 안내가 나란하다

20여년전의 물가와 비교하면 가격은 별반 차가 없으니

가격 유지가 쉽지 않아 고기 원산지가 바뀐것이다

남편의 입에서 고기가 너무 앏은데다 맛도 별로란다

손으로 무릎을 툭 쳐 사인을 보냈는데

여전한 평을 늘어 놓는다

그동안 우리집 고기만은 고급으로 먹고 살았잖아요

육우 한번도 안사다 먹고ㆍ ㆍ 말막음 했다

속으론 나도 도루묵이 떠올랐지만 아들애 기분을 생각해

입단속 했다

 

큰애는 친구를 만나러 방향을 달리 하고

아들의 보은의 설렁탕 한그릇 댑접 받고 귀가하는 길은

나를 감동 시키기 충분하다

 

5년전인가 아들은 궁금했던게 있었다며

내게 물어온 적이 있었다

형제가 맛있게 먹던 설 렁탕집 풍경을

엄마도 같이 드세요 해도

엄마는 미소 지으며 맛있니?

엄마는 밥 먹어서 배 부르다 많이들 먹어라 ~햐다가

제들이 수저를 놓으면 엄마가 부산스레 허겁지겁 밥을 먹던

엄마의 모습이 통 이해가 되질 않았다고

(먹을거면 애초에 같이 먹지)

 

그걸 기억하고 있었구나

너희들 양껏 먹이고 싶었기 때문이지

글고 엄마가 서둘러 먹을땐 집에 빨리 가야니깐 그랬고

그날에서야 아들앤 엄마에겐 눈물의 설렁탕이란것 ㆍ

엄마의 행동이 납득이 됐단다

내가 취직을 하면 엄마 모시고 가 설렁탕 한뚝배기

대접해야지 마음의 기록을 한 날이란다

 

아들에게 대접받은 설렁탕

대견하게 잘 커준 아들들 고맙다

난 오늘 감동 한 뚝배기 먹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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