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그야말로 오랫만에 집에서 스테이크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15년전쯤 내 생일날 가족들과 함께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다 와서,
집에서 만들면 1/3가격에 더 맛좋은 식탁을 차려낼수 있겠다 싶어
해마다 몇번씩 기념할만에 날에 해 먹던 음식을
아들들의 재촉을 받아 고기를 사다 놓곤 며칠째 손이 안갔습니다.
스테이크 소스를 만들려면 손이 무지 많이 가는데
이젠 그 재미나던 음식 만들기가 벅차게 느껴지니...
비싼 고기를 냉장고에 묻어 두기도 한계가 있고..
살다 살다 별일이 다 있지 싶게 정말 집안 일 하는게 꾀가 나네요.
언제 다시 만들랴 싶기도 하고...
휴일을 맞아 3부자는 안방 침대에 길게 누워 휴식을 취하는 중입니다.
잠이 설핏 깬 큰 아들애는 얼굴을 감추고,
나머지 두남자는 세상 모르게 자고 있네요.
나도 몸이 천근만근인지라 잠을 자고 싶지만
오후 4시경 연아의 스케이팅 경기가 5시경 있다는 남편의 달콤한 꾐에 부지런히 소스 만들면
5시쯤에 연아의 경기를 볼 수 있겠거니 싶어 꾹 참고 오늘의 과제를 기어코 완수하리라 굳은
결심을 하고 소스가 완료된 시간이 4시 45분..
편히 경기를 보겠다 싶어 TV를 켜니 에고 ! ~~
연아의 경기는 다 끝나고 시상식을 진행하네요.
누가 연아가 1등 할 줄 모르고 있남 ??
남편을 깨워 따지고 싶은 심정이지만..
꾹 참고..
그나마 짐스럽던 음식 준비의 중요한 과정을 끝낸 걸 다행으로 생각 하기로 했습니다.
요게 바로 스테이크 소스 입니다.
색상이 쫌 그렇죠??
단호박 시금치, 브로콜리등이 들어가서 그렇습니다만
잡뼈도 고아 넣고 배즙도 들어가고, 굴소스도 들어가고
좋은 재료 많이 많이 넣어
소스의 맛은 끝내 줍니다요 !! ~~
냉장고에 있는대로 야채를 손질하여
끓는 물에 소금물에 각각 따로 데쳐 내어
버터를 두른팬에 살짝 익혀 내면
색상도 가지가지, 야채를 별로 잘 안 먹는 아들애들도 싹싹 먹어 줍니다.
안심은 너무 비싼 관계로 등심을 2등급 짜리 2쪽만 사다가
아들애들만 먹이기로 했습니다.
2쪽을 사는데 350G 쯤하는데 2만원이 들더군요.
버터를 두른 팬에 센불로 앞뒤를 뒤집어 가며 익혀
뚜껑을 잠시 덮어 핏기가 보이지 않을때 까지 굽숩니다.
그림책에서만 보던 빨갛고 동그란 무우 레디시, 파슬리도
알뜰매대에 나와 팩당 500원씩 하길래 방울 토마토 대신
레디시를 올렸습니다.
예상대로 녀석들은 맛나게 잘도 먹습니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큰 아들애는
저들끼리만 괴기를 먹기가 미안했던지
아빠 , 엄마를 연신부르며 잘게 자른 고기를 몇번씩 입에 넣어주고..
그야말로 오랫만에 만난 스테이크를 먹는 작은 아들애는
엄마 아빠를 나누어 줄 수도..
그렇다고 혼자 먹기도.... ..
하는 복잡한 마음속에 조용히 아주 조용히 ~~~
엄마 한점 안 떼어 주고
부지런히 먹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우리 내외는 빙긋 빙긋 웃으며 야채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2주전 우리 내왼 호텔 디너쑈란델 생전 처음 갔다가
22만원씩 낸 입장료에 딸려 나오는 스테이크를 그저 그렇게 먹고 왔습니다.
와인도 한잔 마시고 싶었지만,
그건 별도 계산이라서 참꼬 ! ~~~
아들애들이 이 식탁의 풍경을 오래도록 기억 해 줬으면 하는 바람 입니다.
가족이 둘러 앉아
겨울날 따뜻한 음식을 나누며 즐거웠던 그 순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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