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거칠고 소박한 나의 아침 밥상.. 그리고 어느 하루..

부엌놀이 2013. 2. 25. 10:10

 

 

2013. 2.25일...어제는 음력 대보름으로 지난 며칠간 주부들은 오곡밥, 묵나물, 부럼등을 사고

지금은 여러모로 녹록치 않은 시기를 지내고 있지만,, 이른바 베이붐 세대라 일컫는 50줄의

우리세대는 유년기 부모님과 함께  풍성했던 했던, 명절 세시 풍속을 떠 올리며

깊은 향수를 느끼고대보름을 맞이하고 보냈을 것이다.

 

나 또한 어김 없이 늘상 해 먹는 잡곡 (발아 현미, 흑미, 차조,백미, 수수)을  넣고 밥을 짓고,

큰 아들애가 유난히 좋아하는 통도라지를 사다가 껍질을 까고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고추장과 매실효소를 넣고 생채를 무쳐내고, 묵나물로 질경이,

개망촛대를 불리고, 삶아 건져 볶아냈다.

겨울 양식으로 겁나 많이 담가 놓은 배추 김치와, 삼천만의 영양식이던 번데기 볶음,

닭백숙을 고아 살을 발라내어 무쳐내고...이렇게 하여 가족 모두 둘러 앉아 밥을 

먹게 되는 휴일의 밥상을 차려 냈다.. 

 

정월 대보름이었던 어제는 뜻하지 않게 나의 생일 파티가 벌어졌다.

아침 일찍 큰언니의 전화를 받으니,, "사랑하는 아우야 생일 축하 한다.

 내  오늘 너희 집에 가려한다" 한다.  알았어.. 언니 언제쯤 올건데?  4시쯤 외출 예정이니.

좀 일찍와~  같이 나가 밥먹게...  ...어쩐다.. 오늘 오후엔 오랜만에 가족들과 외식을

하려 씨푸드레스토랑에 예약을 해 뒀는데.. 오늘이 내 생일이라구??

가만 생각하니 오늘 내 생일이긴 하다..ㅋ..      ... 어?  어쩌지 ..

달랑 미역국 하나 추가에 절기 음식의 참 맛을 모르던 어린 시절의묵은나물 일색이던

밥상이 지겨워서 결혼후엔 줄곧 양력인 2월 8일로 생일을 기억하고 있던 탓이다.

 

울  큰 언니는 음식 먹는 취향이 더럽게 까다롭고..어패류는 누룽지처럼 

 바싹 익혀 먹어야구.. 어쩌구 저쩌구..  사람 밥맛 잃게 하는 도산데....

몇달만의 가족 외식은 어떻게 하지??  머리가 복잡해 진다... 어쨌든, 한사람 더 추가로

자릴 예약하고..  3시 쯤 되니 헤실헤실 웃는 언니의 목소리의 전화가 또 걸려 왔다..

 "미순아 , 어쩌지.. 아버지가 심심하신지, 우리집에 전활 하셨기에 미순이 집에 갈거니

같이 가고 싶으시면 같이가시죠?" 해서 ..시방 아버지와  경전철을 타고 오는중이란다.

 

ㅎㅎㅎ ... 아버진.. 맨날 "집에서 밥 도숫갈에 김치랑 먹는게 젤 좋다"시는

 양반인데.. 게다가 위암 수술 회복중 이시라 음식도 조심해 드셔야는데..

암튼 두분의 도착을 앞두고 설왕 설래 가족들의 의논 끝에  1사람 더 추가 신청 하고 ..

각자의 성격대로 투덜대기도.. 낄낄 거리기도하며 두분의 도착을 기다렸다..

이윽고 도착하신 아버지께 "아버지 해산물 먹으러 갈껀데 아버지도 드실 수 있으세요?

 아님 예약을 취소할까요? 했더니 .. 개안타 하신다.. "딸내미의 생일을 축하한다"며

분홍 봉투 하날 내미신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가 우리 집을 방문하신게 십수년 만이다.

내 생일이라고 선물을 준비하신 것도 첨이시고,,

다행히 큰 언니도 아버지도 음식을 맛나게 드시고, 우려와 다르게 아버지도

양을 잘 조절해 드시니..걱정 없다..  이야기도 나누고  오붓하게 식사를 즐겼다.

난 몇 달만에 비싼 외식이라 욕심껏 음식을 먹었고.. 유난히 바지런하고 자상스런

큰 언니는 다른 가족 편히 먹이려는 생각에 제 몫을 다 먹은 배부른 가족들의 몫으로

후식을 두접시나 잔뜩 담아와  의사와  상관없이 각사람에게 빙 돌려가며 나눠준다.. ㅎㅎㅎ..

찬 음식을 먹을수 없는 내게까지 냉동 홍시가 배정되고.. ㅎㅎㅎ

방치했다가 조심스레 먹고나니 이도 시리고 .. 아이고 춥다.. 코피를 한잔 마셔야겠다..

지금 이시간에 코피 마시면.. 밤에 잠 설치기 딱인데~~. .. 일단 추위부터 면하자

코피 한 잔  맛나게 먹고.. 두분을 집꺼정 모셔드리고 오니 밤 9시가 넘었다.

 

그래서?....... ... 날밤 샜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