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할머니 처럼 산대...일용 엄니? 맞아 그렇게 살아, 그래도 살만해 ~

부엌놀이 2020. 8. 28. 23:08






머리 숱 귀한 남편
뒤늦게서야 내가 알려준 소도구를 사용해
틈나는 대로 정수리. 두피에 콩콩콩!~
둘이 수시로 쓰다 보니 구슬만한 플라스틱이
맞창이 났어
찔리니까 따갑고 아프대!~
그래서 다칠까 얼굴과 귀쪽엔 사용을 못한다구
시급히 수선해 달래...
비싼것도 아니고 작고 엉성한 구존데
모든게 올스톱 된것 같은 상황에 제약을 많이 받아
미쳐 새것을 사러 나갈 수도 없네~
이걸 워치케 손을 봐야 한다냐?

바느질함 꺼내 쑤석 쑤석..
자투리 천중 올 촘촘한 걸 찾으면 될까 하다가
눈에 띈 제품 표시 라벨지를 만났네
올커니..이정도의 밀도면 철사가 뚫고 나오지
못하겠지? 돌돌 말아 쥐고 꼼꼼히 둘러 바늘로
꿰매고 탈락 되지 않도록 철사에 테이프로
돌려 감아줬지
일단 노출된 철심을 감추는덴 성공했지만
깜장 구술이 그 속에서 제자리를
벗어나는 바람에 따갑단다
그래도 조심 조심 쓰면 돼~

아이고 코로나 사태도 빨리 종료되고
비바람 제맘대로 쏟아져 내려 정신 없는 태풍도
좀 어서 물러 갔음 좋겠어
엊그젠 온통 집안을 휘젓고 간 태풍 바비란 녀석
때문에 베란다 화분에 올려 둔 분갈이 흙이
베란다고 거실이고 휘몰아 치는 바람 결에 날려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 뭐야
별일도 아닌데 ...
마음이 패인듯 심란하고 정신이 없었어
아주 오랫만에 사는 재미를 몽땅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랄까?
참 우습지
먼지 좀 쓸어내먼 될 일을 ...
마치 폐가가 된것 같은 풍경~

잠시 잠깐의 사소한 일로 내 맘이 이럴진대
폭우에 가족 사상자 발생하고 집 마저 파손 돼
그야말로 모든 살림 둥둥 떠다니다 제자리를
벗어나 제멋대로 토사물 쓰고 제멋대로 흩어진
세간살이 추려 다시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하는
수해 난민의 심정은 얼마나 무너질까?...
예전엔 수해 복구 성금들 들고 장사진도 이뤘는데
월급서 일괄 떼기도 하고
봉사자의 손길이 닿기도 하지만
사회적 신뢰가 많이 훼손된 지금은
복지 행정으로 지원이 되려나?
생각도 해본다

다행 한나절 만에 일상 되찾은 감성
여전히 내가 살던대로 할마이 처럼
늦다케 가을 오이 따 먹으려 3포기 사서
심어만 놓고 신경 안 쓰던 오이 기특하게 열려
적지 않이 따온 제맘대로 생긴 뚱땡이 꼬부랑
오이도 됐다
수박 항아리에 소금물 끓여 오이지 담구고.
토마토 넉넉하니 무쇠솥 가득 스파게티 소스도
만들어 놓고
콩국물도 갈아 놓고...
또 그렇게 살아 가는거야
할머니 세대 처럼 살면 어때 ~
그냥 이대루도 살만 하잖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