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농사이야기

오늘도 나의 콩나물은... 쑥쑥 자란다 ~

부엌놀이 2020. 12. 8. 08:26


















열흘전쯤 밭에 갔다가
다 떨고 난 콩 깍지 더미 속에서 용케도 털리지
않은 쥐눈이 콩 꼬투리를 발견했다
콩 꼬투리를 거두어 쥐며 돌아가신 엄마 아버지
생각도 났다
엄마는 태생이 개성 부잣집 딸로 그야말로
부억 솥 뚜껑 한번 못 만져보고 6.25 전쟁 후
피란민이 되어 고향 바라다 보이는 파주에
자리 잡은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시다
같은 전쟁 피난민 노총각 아버지를 중매로 만나
일가를 이루셨다

아버지 고향은 장단 할아버지는 아버지 3살때
형제를 낳고 돌아가셨단다
둘째 아들 이던 나의 아버지는 언젠가 내가 여쭈니
할아버지의 얼굴 기억도 못한다 하셔서
내 맘이 짠 했던 기억이있다
그 어린 나이에 가장을 잃고 보니 제법 규모 있는
(아버지 집터는 통일대교 안 군내면 선산 바로 옆
2800평쯤 으로 지금은 밭과 양봉장으로 남아 있다)
집안의 아들이지만
그러니 홀어머니와 함께 지낸 세월에 전쟁을 겪고
군인으로 전시 참가뒤 고향에 돌아 가지 못한
아버지의 생활력은 강인해 질수 밖에 없었다

공주 여왕 마마님 과의 내 엄마
살아 계시는 내내 긴장을 풀지 못하고
전시 상황 처럼 살아 오신 내 아버지
아버지는 단련된 체력과 그야말로 강인한 정신력
하나로 당시로선 보기 드문 직장 정년 퇴직자 지만
만 80세를 넘기도록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직업의식. 애사심 강한 직업인으로 사셨다

아버지가 직장 일을 놓으신건
밭에 일을 다녀 오시다 당한 교통 사고였다
사고후 X- Ray 촬영 결과 한쪽 무릎은 사고로
십자 인대가 손상되고 반대쪽 무릎은 과도한 사욤
으로 인한 장기적 인대 훼손으로 진단이 났다
그로서 아버지의 직장 생활과 남다른 일에 대한
열정에 차질이 나서 갑자기한유해진 생활 변화를
한동안 적응하지 못해 자녀들을 안타깝게 하던
기억이 있다
그나마 아버지가 일구던 밭이 3개 있어 소일하셨다
그러곤 돌아 가시기 딱 1년반전 위암 4기말 판정
수술후 요양기간 동안도 침상에 누워 지금 들깨를
떨어야는데. 팥이 익어 띌텐데...하는
밭농사를 끝내 놓지 못하시던 아버지의 읊조림으로
세자매는 난생 처음으로 밭에 모여 들깨를 베 털고
서로 뒤 돌아 앉은채 아버지의 여생이
이젠 끝을 보여 가는걸 감지하며 서로 들키지 않으려속 울음들을 몰래 몰래 삼켰다
그리고 일주일 뒤엔 또 모여 호스피스 병동에
계신 아버지의 임종 시간과 겹칠까 염려돼 채 성숙
되지도 못한 팥을 모여 덜 익은건 꼬투리째 따
오기도했다
그러곤 며칠 짬짬이 팥 손질을 막 끝낸 뒤에서야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그게 내가 애정을 갖고 시작 하던
밭 농사에 대한 기억이다

채 열 꼬투리도 안되는 쥐눈이 콩을 손에 쥐곤
세탁전 꼼꼼하게 아버지 의복 주머니를 점검해
때론 콩알. 팥알 말라 가는 풋고추. 때론 휴지를
꺼내며 이게 얼마나 된다고 이리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 그대로 세탁기에 들어가면 다른 옷도
엉망 된다며 푸념하던 엄마 모습이 소환됐다

정말 애도 아니고 주머니에다 별것도 아닌
저런걸 넣고 다니시다 엄마한테 번번히 구사리를
듣는 아버지
그 콩알 몇개나 된다고 집에 그득히 콩이 있는데
저러실까 싶었다
내가 밭을 일궈 보니 먹을 수 있는 풋고추 하나가
쓸려 떨어져도 줍게 되고. 늦가을 손톱만한 방울
토마토 빨갛게 익은 하나도 그냥 버려 두지 못하고
따 주머니에 챙겨 넣게 된다 ㅋㅋㅋ

마지막으로 거둬 온 쥐눈이 콩과 함께
햇콩을 콩나물을 앉쳤다
콩알이 작아 조금만 안쳐도 콩나물은 와글와글
다 먹기 벅찰 때도 있어 아주 조금만 앉쳤다
오늘이 5일짼데 이틀후면 콩나물을 먹을수 있겠다
어제 퇴근후 음식 부산물을 묻으러 갔다가
입때껏 두었던 알타리. 갓. 쪽파를 뽑아 오곤
정말 올 농사는 끝이구나 생각했는데...

이렇게 또 겨우내 콩을 키우며 나게 생겼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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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은 이렇게 키워요

물빠짐 좋은 채반과 물 받이(물 담금) 2조 1셑
용기에 콩나물 안칠 콩중 절반만 넣고 물을 받아
4시간 담금 불린다
절반의 콩을 함께 넣고 1시간 더 불린다

물을 다 따라 낸 뒤 검은 비닐로 빛 차단한다

아침 저녁 10분간쯤 물을 받아 담금했다
물을 따라 내고 비닐을 씌운다

물 담금을 충분히 한 콩들은 4~5일쯤 뒤엔 어느 정도 자라 먹을수 있는 크기로 자란다

키 큰 콩나물 부터 뽑아 먹다 보면
1시간 불림해 안친 콩들이 큰 키로 자라나
순차적으로 부드러운 콩나물을 먹을수 있다

* 콩나물을 기르다 보면 콩을 안친 후 싹이 난후
물 담금을 해 둘때 껍질에 공간이 생겨 뜨면서 물이 차면
뿌리가 위를 향하게 되는 것을 방지하는 누름판이 필요하다
짚풀로 만든것은 요즘 드물고 스텐리스를 써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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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며 스트레스를 받은 탓인지
지난주 부터 매콤 비빔 냉면이 먹고 싶다
동생네 가게 가면 먹어야지 했는데
동생은 없고 직원들만 있다
냉면은 고기 손님께 후식 냉면 개념으로만
주문 받는단다
육회비빔밥. 청국장말 먹고 왔다

콩나물 자라면 쫄면 먹어야지 했는데
몸이 고되 김치 냉장고 깊숙이 자리한 쫄면 찾기
귀찮아 소면으로 대체됐다
야채 고루 들어가고 미나리 초. 풋 고추에 양파를
넣고 매콤 개운하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