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농사이야기

신기하고 재밌는 농사 이야기

부엌놀이 2021. 12. 5. 14:34












지난 목욜 부추를 다 파서 들어 내고 밭을 다시 만들어
천공한 천을 씌우고 부추 뿌리를 다시 묻어주고왔다
올해는 부추를 4번쯤 잘라 먹곤 잡초 관리가 안돼
일터에 다니며 어쩌다 시간믈 내어 밭을 드나드는 사이
부추밭은 잡초들이 더 무성해졌다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돼 잡초밭에서 부추 찾기를 할판이됐다
자연 부추는 수확 포기 바랭이. 민들레. 들깨. 지네풀에
이름 모르는 잡초가 수북해졌다
부추밭을 한번 뒤집어 엎어야지 하면서
일터를 그만둔 이즈음에야 드디어 손이가 갈아 엎게됐다

이렇듯 겨울 초입에 부추밭을 갈아 엎기는 처음이었다
쪽파 종구처럼 양간 둥근 성냥개비 만한 종구가 있겠지
싶었는데
사방으로 삐죽삐죽 뻗은 생선 가시처럼 길다란
흙갈색의 뿌리조직 말고는 아무것도 관찰되지 않았다

땅을 파 엎고 퇴비를 붇고 잘 섞어 포를 씌워
천공 자리에 맞춰 부추 뿌리를 시작된 동절기에
혹시라도 얼새라 조금 깊이 묻어 주고 왔다
이젠 작물이라곤 아직 얼지 않고 파랗게 남아있는
시금치를 솎아 온게 전부다

그래도 그게 어디랴
알타리 무씨 파종 전 보자기 한개쯤의 넓이에 퇴비를 붇고
흙을 고르고 줄맞춰 흩뿌려 둔 시금치 씨앗이 발아했다
채 자라지 않은 시금치 밭에서
그중 큰 놈들로 몇차례 솎아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가을 이후 시금치 값은 그야말로 금값이라 보람은 더했다



시금치 씨를 흩뿌려 두면 그중 먼저 발아한 놈들도 있고
종자가 그대로 있다가 해를 넘겨 주변의 빈자리에서
새롭게 싹 틔워 오르는 놈들도 있다
순차적으로 제자리서 싹 틔우고 커가는 시금치
키워 먹는 재미도 있고 한편으론 신기하기도하다
수익성을 따지자면 별무지만 이렇듯 사소한 걸
발견해 가는 신비로움과 재미를 느끼면 농사 할만한 일이다
그중 큰 놈들을 골라 도려왔지만
보리 새순 마냥 표족한 잎 한쌍을 막 올린 시금치도
한촉 묻어 들어왔다

ㅇㅇ
지난 여름날 한가운데
씨앗이 뱔아가 될려는지 어쩔려는지 그건 자연의 몫이고
김장무 씨앗을 줄 맞춰 구기자 나무 곁에 줄 뿌림해뒀다
싹이 나려나 갈적마다 확인하니 신통방통하게도 복중임에도
무싹이 드문드문 올랐다
여름 더위에 지지부진하게 자라다 그만 송충이들의
집중 공격을 받아 잎은 모조리 먹히고 줄기만 삐죽삐죽 남았다

송충이들 한살이가 끝난뒤 새 잎이 나는가 싶더니
퇴비를 얹어준 댓가로 켜켜이 잎을 제법 내고 규모를 키웠다
뿌리는 철삿줄 휘감긴것 모냥 이리저리 구불구불
이것이 김장무 구실을 하려나 했는데
찬바람 불며 계란만하게 부풀기 시작한 뿌리
여름을 지독하게 나며 충해를 입었으니 무에 첫삿줄 같은
심이 들겠구나 싶었는데
김장무 채로 철삿줄 모낭 구불구블 했던건 긴 뿌리 털이
되고 제법 실하고 아삭이는 무
땅위로 드러난 채로 굵게 든 무는 전체적으로 녹색을 띠며
달디단 무가 되었던 일도 재밌었고 신기한 체험중 하나였다
무는 막대 풍선에 바람을 불어 넣으면 위쪽으로
부풀어 오르는것처럼 무의 성장은 그렇게 진행되는가보다
암튼 씨앗을 뿌린 농부만이 받을수 있는
자연이 주는 선물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