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붕어빵 ?

부엌놀이 2013. 11. 12. 12:28

 

 

 

 

 

작은 아들애가 붕어빵을 사왔습니다.

그러고보니 오랫만에 엄마를 위해 사 온 것 같습니다.

청소년기엔 아이들이 이것 저것 신경 쓰고 배려하며 살자면.. 몸키우랴, 마음 키우랴,

공부 하랴  두루 잘하기엔 쉴 짬 없이  좀은 고된 모양 입니다.

모범적이고 이타적으로 생활을 잘 하던 아이들도 어느덧 사춘기에 접어 들면

아주 인정 머리 없는 도깨비 같은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어릴적 엄마는 얼굴도 예쁘고, 마음 씨도 예쁘고, 그림자도 예쁘고

똥꼬 까지 다 이뻐 .. 엄마 하고 결혼 한다던 녀석들.. ㅎㅎㅎ ~~~..

큰 아들애는 군대에 갔다오더니 앞으로 무얼하고 먹고 살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이것 저것 준비하느라 바쁘고,

고 2년의 작은 아들애는 그야말로 천하 태평  제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는

세상 속 편한 이기적인  베짱이 입니다.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고.. 우리 자랄땐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태연하게 하고

 제 생각을 영악스럽게 또박 또박  주장하여,  섭하기도 하지만 ..

내가 아들애들 걱정 없게  에미 노릇 잘 하고 있구나 싶을 때도 있기도 합니다.

얼마전 10월엔  3박 4일로 제주도 수학 여행을 다녀 와선

 엄마의 선물은 하나도 없고

누구를 주려는지 쵸코렛 2팩을 사와선 친구꺼랍니다.

이런..  .. 우찌 엄마 선물 하나 안 사왔느냐니깐..

평소 엄마는 내가 무얼 사갖고 오면 그닥 환영을 안하셨잖아요 ?..

엄마가 그리 키워 놓으신곤.. 하며 그야말로 염장을 지릅니다.

하긴 아들애의 그말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

......

2주전  따끈한 붕어빵을 봉지에 담아 들고 와선 " 엄마 하나 드세요! " 합니다.

그닥 내키진 않지만, 아들녀석 어릴때 제가 너무 큰 실수를 해서

아이에게 상처를 준 일이 있기에 .. 하나 받아 먹었습니다.

다 먹고 나니 그 달아빠진 붕어빵을 또 하나 건넵니다.

보통 붕어빵이 천원에 3개쯤 하는데, 천원에 4개를 사 왔답니다.

도리 없이 건네 들고 또 한개를 먹었습니다.

 

예전에 6~7년 전 쯤의 일입니다.

그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컵 떡볶이 (해피 떡볶이란 프렌차이즈 떡볶이)..

학원가인 우리 동네에 신개념의 달착지근한 컵에 담아 파는 떡복이 점포가 생기고

그때만해도 학원 아이들이 수업중 쉬는 시간에는 분식집 앞에 늘어서서 돈을 손에 쥐고

서로 간식거리를 사려고 아우성을 치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쉬는 시간이나 수업이 끝난 후엔 늘 문전성시를 이뤘기 때문에 아들애는  용케 산 친구의

떡볶이를 한두개쯤 얻어 먹고, 그맛에 마음을 빼앗긴 아들애는

 언젠가 언젠가 꼭 한번 사서 엄마를 갖다 드리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당시 제법 열심히 학습을 하여 엄마로서도 참 흡족하고 애들 키우는 재미도 쏠쏠 했지요.

초등 4~5학년쯤이면 영어, 수학 선행학습 과학수업등 그야말로 빡빡한  학습일정으로

간식을 챙겨 먹고 저녁 먹을 시간도 빠듯할 때 였습니다.

당시 아들애는 관내 교육청에서 학교당 1명씩 선발해 실시하는  특별교육을 받던 차였고 ..

그기세로 말하면 과고도 갈 수 있겠단 생각을 할 수 있을때 였습니다.

그런데 욘석이 수업 종료 40분이 넘었는데도 기척도 없고,

 계절은 딱 이맘때로 날씨도 차가울때로  무척 추웠던 날로

행여  갑작스런 기온 변화로 감기 걸리지나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무슨일이 있기에  이리 추운 날씨에 여적 오질 않고 있을까? 초조하던 차에..

아들애가  떡뽁이에 이쑤시개 2개 꽂아진 컵을 내밀며 엄마 드세요! 하더군요.

떡볶이엔 눈길도 주진 않은 채... 왜 이리 연락도 없이 늦게 오느냐. 저녁은 언제 먹고

다음 수업 시간을 맞추어 갈 수 있느냐며 야단을 쳤지요.

아들애는 푸르뎅뎅한 손에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각질이 허옇게 낀 손으로 떡볶이 컵을 다시 받쳐들며,

엄마를 사 드리려고 떡볶이를 사러 갔는데 사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 이제야 사서 들어 왔다더군요.

 나는 그런 떡뽁이 난 안 먹는다며 내다 버리라며 호통을 치고..

아들애는 저녁도 먹지 못한채 서둘러 다음 수업을 받으러 뛰어 나가고..

그러고는 떡볶이는 나의 관심 밖이 었습니다.

다음날 현관문을 열고 나가니 .. 어제의 그 떡볶이 컵이 계단의 한켠에 놓여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애에게.. 넌 어제 그 떡볶이 먹으면서 집에  왔니? 하고 물으니..

엄마랑 같이 먹으려고 먹고 싶은 걸 꾹 참고 왔다더군요.   이런! ...

6~7년이 지난 이시간에도 그때의 나의 실수..

그일로 수차례  아들애에게 사과를 했지만,

 아들애의 상처 받았을 그 마음을 생각하니 또 다시 눈물이 나는군요.

 

....

.....

붕어빵을 2개나 먹곤.. 아들이 사온 붕어빵을 오랫만에 참 맛있게 먹었다며

고맙다 인사하고...

아.. 이녀석이 엄마가 진찌루 붕어빵 좋아서 잘 먹은줄 알고

 또 사오면 어쩌나 은근 걱정이 되더군요..

다행히 며칠이 지났는데 사오질  않고..

..

..

며칠이 더 지난 뒤, 붕어빵이 먹고 싶으면 엄마가 얘기 할테니

얘기할때 까진 사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붕어빵을 안 먹은지가 2~3년은 된 것 같습니다.

 

올겨울은 아들애와 함께 따뜻하고 이쁜 기억을 많이 저금해 놓아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