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가을이면 아버지의 호출을 받아 고구마를 캐기 위해
아버지의 밭으로 모여들었다.
고구마를 캘 무렵이면 늦가을의 스산함과 짧아진 해 때문에
일찌감치 모이지 않으면 일하기가 더 고되다.
올핸 2일간 삽질하여 고구마를 쥐꼬리만한것 까지 알뜰히 챙겨 왔다.
이런 저런 일로 바빴던 관계로 캐다 놓곤 미처 쪄 먹지 못했다.
며칠전 고구마를 쪄 먹으니 여느때와 다르게 맛이 적고 마치 곯은 것처럼
물컹 거린다. 시간 조절을 잘 못했나 싶었다.
다음엔 좀 더 신경써서 시간을 잘 맞추어야지 싶었다.
그런데 불세기 조절 시간 조절 각별히 신경 썼는데도 맛은 매한가지..
어찌된 일일까 싶었다.
고구마 조직은 마치 빗자루 마냥 질긴 섬유질이 한가득 들어 있다.
도대체 어인 까닭일까 ??
해마다 아버지가 싶고 가꾸신 고구마는 참 맛이 좋았는데..
그러고 보니 병이 깊으신 아버지가 남다른 마음으로 밭에 나가셨다가
기운을 빼고 오셔서 몸의 상태가 더 안좋아지시고 때때마다 간병하는 가족과
활동을 자제하시란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에는 고구마 순을 낫으로
베어 버리는 일도 있었다 한다..
.
.
고구마를 캐러 갔을땐 웬 나팔꽃이 피었나 싶게 고구마 밭에
약간은 음침하다 싶은 옅은 보랏빛의 꽃이 잔뜩 피었었고..
.
.
순간 물은 답을 알고 있다...가 머리를 스쳤다.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아버지는 땅과 연애를 하신다 하실정도로
농작물을 부지런히 참 이쁘게도 잘 가꾸셨다.
수확물은 물론 맛도 좋고 저장성도 좋았다.
나에게 여명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면
나는 남은 시간동안 무엇을 하며 때를 기다리고
나의 자녀들은 나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싶을까?
땅속의 고구마가 농부의 건강 상태와 분위기를 알고 있었다니
좀은 신기하고도 두렵기도 하다.
지금 독립 운동중인 고 2 작은 아들애가 정말 제맘대로 살며
나의 애간장을 태운다..
.
.
그래도 느긋하게 절제된 마음으로 편하게 나의 의견을 전해야 되겠지?
숙제다.. 숙제야 ! ~~~
고구마 속에 질긴 섬유질..
마치 빗자루가 들어 있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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