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몸이 기억 하는 것... 설마 죽기야 허겄어???

부엌놀이 2022. 3. 26. 09:36
오늘로 집콕 자가격리 8일차 그러니까 해제일이다
그간 퇴근뒤 집에선 늘어져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가
코로나 양성 판정후
꼼짝 없이 집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TV보며 시간 보내는 것도 엉덩짝이 아프고 애로 사항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폐에 많은 손상을 남긴다는데...
병원 근무할때 만성폐쇄성 폐질환 환자를 보면 숨 쉬는것
조차 함들어 하는 그 고통이 너무 커 보였었다
신체 장기중 호흡기 기능 쪽이 취약한 나의 체질 특성상
코로나 감염에 따른 남다른 걱정을했었다
그래서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지만 직업 특성상
호흡기에 좋지 않은 주방 일은 지금의 어린이 집을 끝으로
안하는 것으로 마음 먹은터였다

양성 판정과 함께 투약 3일
약을 받아 때 맞춰 먹곤 추가로 약 처방은 받지 않았다
약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약 복용 중단 후에도 크게 차이가없다
목이 젤 아프고 입안이 헐었는데 용케도 밥은 잘 먹힌다
양성 판정전 둘러 앉아 먹던 단백질 위주의 음식들은
남편이 꺼려 죄다 내 차지가 됐다
그렇게 영양 공급은 충분히했다
물도 자주 마셨다

두 내외만 남은 집서 늘어진 소소한 살림살이 쑤석일
좋은 시간이 확보됐다
돌아가며 정리했다 문제는 정작 나간 물건이 적다는거...
평소 일주 한번쯤 캔맥주 하나 먹고. 막내도 여유로운
날에는 한캔쯤 캔맥을 즐기는지라 맥주는 넉넉히 사둔다
정리 하다 캔 맥주 하나가 떨어져 찌그러졌다
(맥주 아니고 필라이트다)
찌그러진 캔에 든 음식은 먹으면 안된다는데 어쩌지??
아들애가 따 먹으면 안되는데
그순간 맥주의 유혹을 강하게 받았다
족발도 아직 남았으니 열도 식힐 겸 안주 삼아 먹어?
그래도 아직 자가 격리중인데?
갈등 끝에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죽기야 허겄어???
기어이 캔을 따고 말았다
몇 모금 마시다 보니 때는 금요일 오후다
연휴를 앞두곤 느긋함을 즐기기 위해 가끔은
혼자라도 캔 맥주를 마셨지~
요런 소소한 재미 마저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아?
위안 삼던 바로 그 금요일이었다
캔은 1/4쯤 남았을까 그제야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때가 때이니 만큼 더 참을 껄 껄 껄!!!~~
더 마시는 건 이제 맛으로도 의미가 없어 거기서 스톱!~
요것도 알콜 성분이라 악영향을 받을까? 뒤늦은 후회다

아침에 일어나니 다행 별일없다 ㅋㅋ
자가 격리가 해제 되는 날이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날은 어둡다
오후라도 밭에 나가 두엄더미에 쌓아 둘 것들 챙기고
감자도 심고 와야는데 그건 땅이 젖어 다음으로 미뤄야지
올라온 달래나 캐고 시금치가 퍼졌으면 그거나 좀 캐 오고

오랫만에 지난 나의 블로그를 뒤적이며 매화 감상을했다
밖을 나가지 못했으니 때는 매화 필 시긴데 볼수가 없으니
2014년 기록에서 씨감자를 얻으러 방문했던 친구의 집을
만났다
그 친구랑 오랫만의 통화에서 코로나 후유증은
평생 간다는 얘길 들었다 ㅠㅠ
좀 무셥다
서울대 병원에 근무하는 딸을 태워다 주고 오는 길이란다
처제네 가족은 몽땅 코로나 양성자로 자가 격리중이란다
차라리 그게 더 나을지도 몰라 했더니 그런 답이 돌아왔다

오래 사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삶이 너무 길어져 부작용도 적지 않으니
에지간히 사는 것도 괜찮겠다는게 평소 나의 생각이었다
움직임이 적으면서 오래도록 살기만 하면 뭔 재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한 평생 살며 나 살자구 너무 많은 것들을 소모하며
연명 하는구나 싶기도하다
80까지만 건강히 살수 있어도 좋겠다
그러자면 20년쯤 남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