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안되면 될때 까지 정신으로...

부엌놀이 2022. 6. 17. 02:29






아들이 고3 겨울 방학때 한 친구가 동네 골목에서
붕어빵을 만들어 파는 아르바이트를 한다했다
붕어빵 파치를 끼니로 먹는다는 소리를 해서
그 이후 저녁이면 아들 수능 보온 도시락에 국과 밥을 들려
내보내곤했다
며칠 잘 전달해 먹던 그 친구는
목이 메어 밥을 먹을수가 없다며 이젠 그만 싸 들고
나오라며 울더란 얘길했다
왜 우느냐고 물었더니
저녁 늦게 까지 추위를 견디며 옴짝달싹 못하는데
내 친구는 날마다 이렇게 가족과 둘러 앉아 따듯하고
맛있는 밥을 먹으며 살고 있겠구나 생각을 하니
너무 부럽고. 자신의 처지가 너무 서럽고 억울하고
속상하다 했단다

아직은 경제력을 논할 나이가 아니고 마침 집이 가까우니
친구에게 따뜻한 밥 같이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그냥 받아 주면 안되겠냐고 말했다
아들은 그 친구의 자존심에 더이상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며
그 이후론 도시락을 싸 놓아도 들고 나가지 않았다

32살이 된 아들은 며칠전 아빠랑 대화를 나눌때
아빠가 결혼한 나이가 내 나이였대
그래서 이젠 결혼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생각하며
살아야겠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기도했다

엊그제 사 담근 오이는 물 없는 오이로 수차례 위치를
바꿔 주는 작업을 해야했다
숫자가 많음으로 시간이 적지아니 드는 작업이다
드물게 이번주엔 두번이나 외식을 하게됐다
오랫만에 휴가를 맞은 아들들이랑 평일 시부모님 모신
용인 공원 묘원을 다녀 온 남편과 함께
코로나 심각 상황기에도 손님들로 붐비던 곱길이란
곱창 집 맛이 궁금해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곱창은 신선하고 맛이 좋았다

집에 돌아와 TV를 보고 앉아 있자니 입 천장이 너덜너덜
자꾸 걸리적 거리며 쓰리다
또 빙초산을 쓰는 식당엘 갔었구만...
기분이 영 씁쓸하고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한다
음식물이 입을 통해 장부로 전해진 여파로 당연한 결과다
상큼하고 깔끔하던 부추 무침과 양배추 장아치를 추가로
먹었다
맥주는 안마셨으니 초산 섭취량이 희석이 안된 폭이다
예민한 나로서는 초를 어떤걸 쓰냐고 묻고 싶었지만
유난스러워 보일까 묻지 않았었다
이런...
밤새 배가 아팠다

어젠 남편과 큰아들의 생일이 며칠 상관으로 있어
모여 앉아 또 저녁 외식을했다
아들이 먹어 보고 싶다던 염소 고깃집
염소 고기는 당연 국내산으로 생각했는데
안내문을 보니 고것도 수입산이다
밑반찬은 깔끔하니 맛도 괜찮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휴식을 취할 시간이 부족했다
목욜 하루 종일 피곤함을 느끼며 지났다

재활용 분리 수거 일에 보물을 만났다
밭 작업용 수레에 얹은 바구니가 10년쯤 쓰다 보니
낡아 너덜너덜해져 민망했는데 똑같은 바구니를 만났다
교체하며 또 10년을 쓸수 있겠구나 싶다
그 십년 동안 내겐 어떤 인생이 펼쳐질까도 생각이 미쳤다

아들은 내게 엄만 이제부터는 엄마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생각만 하고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울엄마 너무 고생 많이 하고 살았다고
내가 엄마 속 젤 많이 썪였잖아 그러니깐 이제부턴
정말 엄마만 생각하고 꼭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내 애간장을 다 녹이던 아들이 어느새 이렇게 컸다
난 이제 그만큼 낡았고...

병약했던 아들의 건강 관리 차원에서 경락을 배우며
선생님이 샤워시 마다 요추를 주먹 쥔 손 마디를 이용해
몇번씩 쓸어주면 신장 기능이 원활하고 배뇨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줬다
샤워시 마다 요추부 뼈를 중심으로 양손을 이용해 쓸어줬다
막내가 3살때 접했던 발 관리. 경락이니 벌써 24년이나됐다
그 덕을 보는지 아직 배뇨에는 불편이 없고
허리도 아직은 썽썽한 편이다

몸 불편한 남편과 살며 무거운 짐은 모두 당연히 내몫이라
생각하며 정말 무모하리 만치 몸을 쓰며 살았는데...
거울로 바라다 보니 요추 양 옆으로 옴폭 들어갔다
바위가 풍우에 깎이고 패이듯 나의 손 놀림이 이렇게
신체 변화를 가져왔구나 이제사 새삼 발견하게 될 만큼
이제서야 나의 생활도 여유가 생긴걸 느낀다

6월 16일 남편의 생일이다
피아노로 생일 축하곡을 쳐 주고 싶었는데 아직 익숙치않다
이번주는 막내가 심야 근무니 집에서 낮잠을 자야한다
아들이 있는 시간 동안은 피아노를 칠수가 없다
19일은 큰 아들 생일인데 그때는 제대로 칠수 있을까?

밭 작업용 바구니를 교체하며 결합했던 끈을 찬찬히 살폈다
그러니까 그게 나이 50 전후에 했던 작업일테다
어찌나 꼼꼼히 동여 맸었는지 살펴 보니 놀랍다
다시 같은 모양으로 바구니와 수레를 결합해야 하는데
들여다 보니 어찌나 꼼꼼하고 정교하게도 묶었었는지
똑같이 바구니를 매달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내 누더기 같은 삶 이리저리 어거지로 얽어 매며 버텨 온
모습 딱 그 짝이다
결혼후 32년간 그동안 참 눈물겹게도 살아냈구나 싶다


50대에 할머니들이나 끌고 다님직한 그 수레를 끌고
밭으로. 또 걷는 것을 마다 하지 않았다
좀 무거운 걸 사러 나갈땐 하나로 마트. 이마트로도 끌고
다녔다
참말로 억척스럽게 살아낸 시간들의 증표인 셈이다
그래도 아직 내 몸은 썽썽한 편이니 그것도 감사하다
대부분 몸으로 땜하며 안되면 될때까지 정신으로 살았다
감사하게도 시간이 해결해 준 부분도 많았다

그 편하고 소득도 높았던 세브란스 병윈 근무를
시부모와 남편의 반대를 무릅 쓰고 병약했던
큰아들의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둘수 밖에 없었다
경제적으로 자유로울수 없는 시간들이었지만
단 한번도 육아를 택했던 나의 그날의 선택을 후회한적없다
남편의 월급날을 기다리며 단돈 천원도 없이
일주일을 버티던 그 시간에도...
죽기 살기로 독립 운동을 목숨 걸며 하던 그 혹독한
큰 아들의 길고 긴 사춘기의 반항기를 혹독하게 지내면서도
내 영혼과 삶을 갈아 아이들을 키워냈다
주부도 전문직이란그 사명감으로 버텨 온 길고 긴 시간들

그 틈바구니에서 무던하게 지켜보며
나의 큰 위로가 되어준 너무도 일찍 철든 막내 아들이 있었다
어린 날 특별한 일 없이 울던 막내에게 왜 우느냐고 물었다
울 엄마 얼굴은 바윗덩이 처럼 굳어 있다며 말하며
이젠 아예 제대로 흐느끼며 울었다
그제사 내 아이가 나를 보며 불안함을 느끼고
노심초사하겠구나
나만 힘든게 아니었구나 ~
그제사 생각이 미쳤다

그 이후 엘리베터를 오르내릴 때면 바윗덩이 같은 얼굴로
거울을 만날때 마다 억지로 웃는 연습을했다
때론 눈물을 흘리면서도 웃는 연습을 했다
내가 이젠 진짜로 미쳐 가고 있고나 싶어 딱 죽어 버리고
싶은 시간도 있었다
내 아이들이 좀 클때까지만
적어도 40만큼은 넘겨 살아야지...
그래도 늘 내게 관심을 갖고 주시하는 막내를 생각하며
이 악물고 버텨 내야했다

오랫만에 외출을 위해 화장대 앞에서 립 파레트를 펼치면
엄마 오늘을 이 색상을 좀 바르면 이쁘겠단다
왜 한 가지 색상만 패이도록 쓰냐고 일러 주던 아들
초등학교 다닐땐 학부모 총회가 있는 날
오늘은 이 옷을 입으면 이쁘겠다며 옷을 골라 주기도했다
학교 올땐 절대 절대 검은 옷은 입고 오지 말라고했다
상복이니 상가 갈때나 입고 가라고...
두 손가락으로 나의 입 꼬리를 올려가며 울 엄마가
이렇게 웃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이쁠텐데~
이 아들 때문에라도 나는 꼭 웃으며 살아야겠다 다짐했다
나에게 웃음을 되찾아준 계기가됐다

그 어린 나이에 어찌 그런 생각을 하며 삶에 위태롭게
매몰돼 가던 나를 붙잡아 다시 일으켜 주었을까
참 신기하고도 고맙고 내 모습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그 어린 나이에 어쩜 그리도 지혜로웠을까?
지혜롭고 멋진 아들이 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난 행복이란 걸 꼭 느끼며 살아야한다고 생각하기로했다
돌이켜 보면 나의 아이들들을 성장 시킨 건
책임감 만땅이었던 나 뿐만 아니라
절반은 아직은 따뜻했던 사회와 선생님들 덕분이다
그리고 결핍이었단 걸 깨닫는다
아이들의 성장기에 만났던 고마운 몇몇 선생님들의
영향이 정말 컸다 생각된다

나의 엄마는 나를 보며 자식이라도 고맙다는
얘기륾 아주 자주했었다
그 시절 그땐 딸인 내게 왜 자식이라도 고맙단 얘길 하지?
세상에 딸 한테 고맙다는 얘길 하는 엄마가 다 있을까?
하는 생각을 고맙단 얘길 들을때 마다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게 고맙단 얘길 해 주던 나의 엄마를
만났다는 게 고맙고
죽어 버리고 싶은 시간들을 버티면 살수 있도록
위로를 해주던 속 깊은 아들이 내게도 있었다는게
참 고맙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나를 위로해 주던 아들의 그 어린 날
자신의 우울감은 또 어떻게 해결하며 살아냈는지
그저 미안하고 미안해서 염치가없다
특히나 단 한번도 나를 고민하게 한일이 없었던
나의 막내 아들

왜 자꾸 눈물이 날까?

두시반
그 고마운 아들이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 날이 더워 짧은 옷을 입고 나섰다
사진을 보니 코끼리 다리 저리 가라다
웬만한 사찰 기둥 찜쪄 먹게도 생긴 우람한 다리다
몸이 집채 만하면 어떻고 코끼리 다리면 어떠랴 ~
그저 사는 동안 내 수족 놀리고 건강 하기만 하면
만사 OK다
이제 남은 소망은 내 아이들에게 짐은 되지 말아야지...
하는게 가장 큰 소망이다